최근 인천지역의 아동학대가 늘고 있다. 보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부터 가정 내 보이지 않는 폭력까지 아동학대의 범위는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각종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보는 오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앞두고 지역 내 학대받는 아이들의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사진 = 연합뉴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소영(여·가명)이는 이제 고작 10살 남짓한 어린 아이지만 유리 깨지는 소리가 익숙하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 컵 등을 부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말을 잘못 걸기라도 하면 머리를 맞거나 고성과 함께 욕을 듣기 일쑤였다.

소영이의 계속되는 공포는 언니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나서야 주위에 알려졌다. 경찰이 방문해도 어머니가 그냥 돌려보내는 것을 보고 "가정폭력에 어떤 증거가 필요하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언니 역시 유치원생 때부터 지속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받아왔다. 동생으로 이어지는 학대를 참다못해 인터넷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사연을 본 변호사와 관련시설 관계자 등이 글에 적힌 메일주소로 연락해 아버지와 나머지 가족들이 격리되고 나서야 소영이는 비로소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인천에서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다. 학대 사실이 쉽게 알려지는 보육시설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학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1천182건이다. 2015년 발생 건수는 511건으로, 불과 1년 사이 아동학대 발생이 두 배 가량 늘어났다. 2013년 340건, 2014년 495건 등 지역 내 아동학대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아동학대 의심신고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학대신고는 2015년 921건이었지만, 지난해는 2천35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이미 지난 8월 기준으로 1천781건이 접수돼 지난해 신고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전문가들은 신고된 아동학대뿐 아니라 소영이네처럼 ‘숨겨진 아동학대’도 많다고 우려한다. 더구나 각종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를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인프라가 다양하게 포진돼야 하지만 인천에는 단 3곳만이 운영될 뿐이다.

기관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곳에서 담당하는 지역의 범위가 매우 넓은 데다, 교대로 24시간 대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상담원들의 업무가 상당하다"며 "기관 추가 설치 등 인프라 구축은 물론 신고의무 강화 교육을 통해 초기에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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