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1년에 수 만대의 자전거가 버려지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여기서부터 시작됐죠. 자전거 리사이클링은 방치된 자전거도 해결하고, 일반인들에게 자전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프로그램입니다."

 20대 중반의 청년, 창업 CEO로 많지 않은 나이지만 철학은 이보다 깊다. ‘약속의 자전거’ 오영일 대표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 자전거에 대한 담론을 들어봤다.

▲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 참가자들이 각자의 공구를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리사이클링, 세 명의 친구가 뭉쳤다

경기상상캠퍼스(이하 상상캠)와 서울을 오가며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을 진행하는 약속의 자전거는 지난해 오 대표와 함께 고등학교 동창인 정영준과 박상환이 합류해 만들어졌다.

 대표 프로그램인 ‘지구를 지키는 자전거 리사이클링’ 외에도 100㎞ 프로젝트, 자전거 안전교육, 소셜 라이딩 등도 운영한다.

 "원래 저는 자전거 라이딩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창업 전에는 여러 사람들과 라이딩을 같이 했죠. 그런데 언젠가 함께 하고 싶지만 자전거가 없는 사람들이 대여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 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게 방치된 자전거였습니다."

 

▲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 참가자들이 각자의 공구를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은 방치된 자전거를 재조립하고, 색을 다시 칠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다시 온전한 자전거로 탄생시키는 작업이다. 방치된 자전거는 자치단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문의를 해 모으고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관리 기관별로 기준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최종 방치된 자전거로 판단된 자전거만 저렴하지만 엄연히 구입해 온다. 사실 이 수업은 오 대표보다는 다른 두 친구가 전담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자전거만 1천여 대 정도 됩니다. 수업용으로 쓰고 있죠. 친구들이 워낙 손재주가 좋아 가능한 일입니다. 케미가 맞았죠. 솔직히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은 저희만 하고 있지는 않아요. 단, 색을 다시 칠하는 일은 저희만의 특징입니다. 대부분 재조립에서 끝나거든요. 색을 다시 칠하는 일, 즉 자전거에 옷을 다시 입혀주는 일은 방치됐던 자전거가 다시 방치되지 않게끔 애착을 불러 일으킵니다."

# 안전하게 타고, 장거리 라이딩도 하고

세 살 때부터 자전거를 탄 기억이 있다는 오 대표는 전문 자전거동호회에서 선수생활을 했을 만큼 라이딩에 관한 이력이 많다. 자전거 동호인에게는 꿈의 무대라 꼽히는 ‘란도너스’에도 참가했다. 란도너스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는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이다. 최소 200∼1천200㎞를 달린다. 오 대표는 2014∼2015년 국내에서 서울-태백산맥-양양-서울 등을 잇는 코스에 참가했다.

▲ ‘약속의 자전거’ 친구 3인방인 정영준, 오영열, 박상환(왼쪽부터)씨가 자전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이 때 자전거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이후 100㎞ 프로젝트를 만들었어요. 청년들과 함께 (라이딩을)하고 싶었는데 무작정 할 수는 없으니 함께 훈련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죠. 현재는 총 4주차로 구성돼 있습니다. 모든 훈련과 교육이 끝나면 모두 함께 100㎞ 라이딩을 합니다."

 자전거 안전교육은 국내 자전거도로 상황에 맞게 꾸렸다. 자전거 사고 영상 시청부터 시작해 국내 자전거 안전문화의 실태 파악, 자전거 안전 테스트, 자전거 수신호 및 효율적인 라이딩을 위한 자전거 기술 등을 알린다.

 "국내 자전거 사고는 2014년 기준, 1만7천 여 건으로 지난 10년간 무려 1만여 건이 증가했고, 연평균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전이야 말로 제1원칙이죠."

 소셜 라이딩은 자전거를 통한 사회 참여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나눔 라이딩(기부 라이딩)을 하며 수익금을 전달했고,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서는 노란 리본을 달고 라이딩을 하며 추모의 뜻을 기렸다.

 "자전거가 지닌 원리가 세상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활용해 기여도 하고 의미를 줄 만한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 삶과 닮은 그것…청년은 도전하는 것

오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기 전에는 경찰이나 군인과 같은 직업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국내 주입식 교육은 ‘그저 그런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교를 들어가 살짝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게 맞나’ 싶었던 것이다. 휴학을 학고 의경에 지원하며 생각의 전환이 시작됐다.

▲ ‘약속의 자전거’는 자전거 정책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오영열 대표가 의회에 참석해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의경 방범순찰대에 배속됐는데, 현행범 체포 검거율이 높았습니다. 다른 선후배 의경들도 덩달아 검거에 열을 올렸죠. 한 사람의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제대 후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한 오 대표는 평소 좋아했던 자전거를 업(業)으로 택했다.

 "그의 삶은 스스로의 삶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자전거는 혼자만의 힘으로 페달을 밝아야 하고, 한계를 넘을 수 있으며, 혼자 탈 때보다 함께 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자전거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종의 도전정신으로 창업을 하게 된 거죠."

▲ 리사이클링 후 자전거 몸체에 색을 칠한 뒤 말리고 있는 모습.
오 대표의 철학은 약속의 자전거의 거시적 플랜과 닮았다. 이미 상상캠이 위치한 수원 서둔동 일대에서 소위 자전거 문화지구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지역적 명소를 찾아 자전거 코스로 연결한 사업이다. 자전거 정책에 자문을 맡기도 한다는 그. 나아가 아프리카 등 자전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자전거의 정착화를 이루고 싶단다. 이밖에도 계획 혹은 꿈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표면적으로는 라이딩과 정비가 공존하는 ‘자전거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재적으로는, 다른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하기도 전부터 포기하고 기성세대의 길만 따라 가는 건 아닌 거죠."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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