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양구 계산1동 주민들은 지난달부터 가로수에서 떨어진 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나무에서 떨어진 홍시가 터지고 뭉개지면서 길거리는 온통 감 찌꺼기로 뒤덮혔다. 직접 나서 길을 쓸고 닦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홍시 탓에 골치가 지끈거린다.

# 남구 용현1·4동(감나무골) 통두레는 지난달 감이 선사하는 달콤함을 만끽하고 있다. 애물단지였던 감나무 30그루에 ‘관리’ 팻말을 달고 인근 주민들의 힘을 빌려 감 60㎏을 수확했다. 행정복지센터 옥상에서 4~5일 동안 말려 감 말랭이를 생산했다. 감 말랭이를 50g 단위로 포장해 개당 1만 원씩 100개를 팔았다. 수익금은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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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남구 용현1.4동 주민들이 감나무 가로수 밑에서 감을 말리기 위한 손질하고 있다.<남구 제공>
가로 과실수 감의 변신이 시작됐다. 골칫거리에서 지역공동체를 엮어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그동안 감, 특히 홍시는 은행 못지않게 주민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민원의 대상이었다.

경상도 상주는 불법 주차문제를 감나무 가로수로 해결할 정도였다. 떨어지는 홍시를 피해서 차를 세우게 마련인 운전자의 심리를 역이용했다. 불법 주차가 많은 도로에 감나무를 가로수로 키운 것이다. 인천시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감의 이미지 바꾸기에 나선다. 내년부터 익기 전에 감을 수확하겠다는 구상이다. 9월께 감을 모두 따서 민원도 없애고 활용 방안도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시도는 주민들로부터 먼저 비롯됐다. 남구와 용현1·4동 통두레는 머리를 맞대 올해 봄부터 감나무 자원 재활용활동을 시작했다. 매년 10∼11월이면 감나무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구와 주민들은 지난 3월 감나무 관리 전문강사에게 교육을 받고 수시로 조언을 구했다. 6∼7월 두 차례 감나무 방제작업을 실시하는 등 정성도 기울였다. 감 말랭이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 실습이다.

그 결과, 감나무 30그루에서 수익금 100만 원을 얻었다. 구는 감나무 자원 재활용활동을 다른 동네로 퍼트릴 계획이다.

인천의 감나무 가로수는 중구 인중로 등 2개로 34그루, 남구 참외전로 등 5개로 140그루, 연수구 청능대로 등 2개로 95그루, 남동구 소래로 등 4개로 179그루, 부평구 평천로 294그루, 계양구 경인교대길 등 2개로 123그루, 서구 건지로 111그루, 옹진군 덕적남로 240그루 등 총 1천216그루다. 용현 1·4동처럼 잘 만하면 연간 4천만 원의 수익을 올릴 밑천이 확보된 셈이다.

한편, 올해 감나무 민원은 계양·남동구에서 가장 많았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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