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언제 일어나냐? 대비 정신이 없다.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야 정신을 차리나…."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서 남자 주인공이 타임슬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기상청에 문의한 뒤 불만을 드러내는 대사다. 극중 기상청은 지진 예측에 대한 정보가 없다. 통계가 아닌 예측이기 때문이다. 지진 예측 정보를 묻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어이 없다는 모습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1999년이다. 그렇다. 당시 대한민국은 지진이란 재앙 앞에 무방비였다. 사실 별다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가끔 뉴스 등을 통해 일본의 지진 피해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이는 불과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 일원에서 진도 5.4 규모의 역대 최강진이라 불리는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있었던 5.8 규모의 경주 지진에 이은 두 번째 강진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땅의 흔들림을 느꼈을 정도다. 1천500명의 이재민이 뜬 눈으로 밤을 새웠고, 5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건물도 1천여 채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언제든 지금보다 더 큰 지진이 닥칠 수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1년 사이 지진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조치는 비교적 신속하고 적절했다는 평가다. 지진 발생 19초 만에 경보를 발령하고 4초 뒤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 허둥대던 모습과는 달랐다. 서울의 경우 지진 진동보다 문자가 먼저 도착했을 정도다. 진앙지 인근 지역의 경우 다중이용 시설에 있던 시민들이 유도 요원의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대피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진 당시 촬영된 수많은 영상 중 대부분은 진동을 느낌과 동시에 건물 밖으로 뛰쳐 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한 대학교의 경우 무작정 달리는 학생들 사이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지진은 최악의 자연재해다. 이제라도 대국민 지진 대비 요령 숙지와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의 힘으로 자연의 재앙을 막지는 못하지만 피해는 최대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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