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록 부장.jpg
▲ 윤성록 농협성남유통센터 부장
해마다 대학 수능일 즈음이면 춥지 않던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 또 추위가 시작될 즈음이면 시골에 계신 어머니 전화가 여지없이 걸려온다. 또 김장하러 내려오라는 전화다.

 수년간 절임배추를 사 손 쉽게 해보려 버텨 보지만 어머니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으랴!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올해도 여지없이 백기 들고 만다. "다음 주 주말에 형하고 함께 내려 갈게요."

 김장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동국이상국집」에 무를 소금에 절여 동지에 대비한다는 구절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채소 가공품을 저장하는 요물고(料物庫)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으로 미뤄, 고려시대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뒤 조선시대에 이르러 ‘동국세시기’의 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장 담그기는 가정의 중요한 일년 계획이라는 말로 미루어 전국적으로 퍼진 풍속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김장을 위해 배추를 씻고 무를 채썰고 양념을 버무리는 일만이라도 2~3일 걸렸으므로, 서로 도와가며 김장을 하는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김장문화는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즉석식품, 배달음식, 외식문화 등 식습관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김장김치는 우리 식단의 가장 기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올해 김장 비율은 65.3%로 작년에 비해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가족화 되는 추세에도 유네스코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가 계속 계승되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 신선한 굴과 삶은 돼지고기를 김장소와 버무려 먹게 넉넉히 준비해 두세요!"

 김장을 통해 어머니를 찾아 뵐 수 있으니 이것도 작은 효도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