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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공학박사
건축일을 하셨던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대학 전공을 조경으로 선택했다. 30여 년 전 조경은 정원과 공원을 설계하고 만드는 일을 주로 담당했다. 그후 분야가 확대되면서 건물을 제외한 외부공간을 설계하는 분야로 도시계획과 경계가 중첩되면서 디테일한 외부공간, 경관 설계를 진행해 왔다.

 1980년대에 조경에 생태학이 접목되면서 생태공원들이 만들어지고 하천복원이나 기타 생물서식지 복원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조경에서 연구하는 생태학은 생물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생물학이 유전자부터 생물 전반을 연구한다면 생태학은 생물과 생물 무리가 살아가는 환경, 환경적응 등에 관심이 많은 생물학의 한 분파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조경에서의 생태학은 응용생태학의 한 파트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숲, 하천, 갯벌, 야생동물 등 다양한 주제들의 생태학적 특성과 그들의 서식환경, 생물 간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도시 외곽에 이를 복원하거나 관리하는 방법에 조경은 관심이 많다.

 정원에서 시작된 조경이 자연생태 관리와 복원까지 영역을 넓혔으니 전공영역이 너무나 넓어졌다. 앞에서 적지 않았지만 외부공간에 대한 미적인 접근이나 시민 이용을 고려하면서 관광요소 도입 등 조경은 교과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종합학문이고 최근 유행하는 말로 융합학문이라 할 수 있다. 융합학문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꼼꼼히 짚어보면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융합학문과 비인기 융합학문이 있는 것 같다. 그 중 조경은 인기가 크게 없어 보인다. 먼 훗날엔 달라지길 바라지만….

 다양한 내용을 담은 조경은 타 분야의 경계부나 무관심한 영역에서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된다. 임업이 큰 산에서 경제성이 높은 나무 심기에 집중할 때 조경은 시민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 도시숲을 생태적으로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하천복원사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는 하천사업 현장에서 설계도를 실제 그려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 복원사업을 할 때는 생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교과서에도 없는 생물들의 서식처 도면을 만들어 내고 현장에 구현했다.

 이렇게 조경은 남들이 가지 않고 돈이 되지 않는 경계선을 따라 그들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경계선을 따라 걷는 것이 융합학문이라고 표현되지 못할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보다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수십 명이 모인 세미나장에서 환경부의 고위관료가 하천복원을 평가하면서 조경 설계의 문제점을 비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해양분야 쪽에서 강화남단 갯벌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외래종 영국갯끈풀을 조경하는 사람들이 갯벌을 육지화시키기 위해 도입했다고 근거 없이 언급하고 있다.

 조경하는 우리는 세상일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만큼 각 분야와 논쟁할 만큼 전문성이 깊지 않다. 그래서 타 분야와 협력하면서 한국사회에 주어지는 각종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비난의 표적이 될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어보지도 않았는데 비난을 대표로 받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

 요즘 조경업이 어렵다고 한다. 사회 저변에 깔린 조경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면 조경업은 어려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조경을 업으로 하는 주체들의 반성도 있어야 하겠지만 사회적 약자, 힘없는 분야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대우과 관심은 없지만 사회 주도 분야의 경계에서 주도 분야가 관심 두지 않는 부분을 채워가는 중요한 분야가 조경의 길이라면, 우리 조경하는 사람은 이 길을 소중히 걷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사회에 작지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3만 달러 시대가 곧 다가온다고 한다.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한 사회로 발전한다고 한다. 디테일에 강한 조경은 그때가 되면 더 중요한 소임을 이 사회로부터 부여받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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