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잘 내려와야 합니다."

 얼마 전 한 사찰을 찾았을 때 그곳의 주지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 철부지였던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났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내려와야 하는데 왜 힘들게 올라 가요? 그래서 산에 가기 싫어요."

 당시 철없는 아들이 등산을 하기 싫다며 한 말이기는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세태를 보면서 이 말이 내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이와 함께 ‘여측이심(如厠二心)’이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 다르다는 이 속담을 우리는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즘 정치판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내로남불’의 의미를 오늘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그래서 연말을 향해가고 있는 조금은 이른 시기에 나 역시 올 한 해를 뒤돌아본다. 내 얘기가 아닌 주로 남의 얘기를 쓸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나는 과연 이 말에 대해 얼마나 떳떳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얼마 전 ‘기자는 기사대로 살 수 있는가?’ 라는 기사의 제목이 생각났다.

 이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다’라고 하는 언론인도 많을 것이다. 반면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언론인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은 어떤 답을 내 놓을 수 있을까? 라는 자문에 금방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

 칼럼을 쓰기 시작해서 마무리를 할 때쯤 되면 "아! 이 내용의 주인공은 바로 ‘나’ 아닌가"하는 생각이 미치는 것을 보니 쉽게 답이 구해졌다.

 팽배한 이기주의가 만연돼 있는 요즘. 특정인이 아닌 지위고하를 막론한 모든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우리 모두 책임 있는 모습으로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여측이심(如厠二心)’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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