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차량등록사업소 인근 전신주에 떼까마귀 수십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박종대 기자
▲ 21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차량등록사업소 인근 전신주에 떼까마귀 수십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박종대 기자
지난해 겨울철 수원시에 출몰해 시민들에게 분변 테러를 일삼았던 떼까마귀가 다시 나타나 공무원과 시민들이 피해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수원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수원시내 곳곳에서 떼까마귀가 한번에 수십에서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이 연일 포착되고 있다.

떼까마귀는 낮에는 주로 벼 농사를 마치고 농한기에 접어든 서수원 일대에 머물면서 일부 떨어져 있는 벼 이삭을 주워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어 오후 5∼6시 무렵 기온이 떨어지면 인계동과 지동, 우만동, 권선동 등 건물이 밀집해 있는 도심 속으로 몰려와 이른 아침까지 고층건물이나 전신주, 가로등, 고가차도 소음방지벽에 머물고 있다.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는 매년 따뜻한 지역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몽골과 시베리아 등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내려와 우리나라를 거쳐 아랫지방으로 내려간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12월 초중순께 수원지역에 며칠 가량 머문 뒤 울산 등 남부지방으로 이동해 왔지만 지난해 겨울철부터 올 4월까지 2천∼3천 마리가 그대로 체류하는 등 기현상을 보였다.

떼까마귀는 밤마다 수백 마리씩 전신주나 가로등에 앉아 시민들과 길거리에 마구 배설물을 쏟아내 보행로와 차량을 더럽히는 등 피해로 골치거리가 됐다. 또 늦은 밤시간에는 수천 마리의 까마귀들이 내는 울음소리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잠을 설치기는 등 이로 인한 소음으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

시는 올해 이같은 상황이 반복돼 피해가 재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빅데이터와 생태 전문가 자문을 통해 떼까마귀의 생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달 16일 탐색조 역할을 맡은 까마귀들이 수원시내에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올해도 떼까마귀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시는 주요 출몰예상지역에 ‘전기줄 아래 주차나 보행 시 조심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미리 부착해 시민들이 배설물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할 구청도 떼까마귀가 출현해 분변을 길거리에 배설하면 즉각 청소차량을 동원해 청소를 실시할 계획이다.

팔달구 인계동에 사는 김모(45)씨는 "지난해 겨울철에 떼까마귀가 쏟아낸 배설물로 자가용이 끔찍하게 더러워진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며 "올해는 떼까마귀가 남하하기 전까지 주요 출몰지역을 지날 때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떼까마귀 특성상 사람을 공격하거나 위협하진 않는다"며 "까마귀가 월동지로 이동할 때까지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철저히 위생관리에 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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