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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정경부장

작년 이맘때였다. 동화그룹이 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차매매단지를 준공했다. ‘엠파크 허브’였다. 지하 1층, 지상 9층에 총면적만 해도 9만4천938㎡에 달했다. 축구장 13개와 맞먹는 크기였다. 2011년 문을 연 엠파크 랜드와, 엠파크 타워를 합쳐 중고차 1만여 대를 동시에 전시할 수 있는 규모였다. 동화엠파크 측은 "믿고 거래하는 중고차 매매 문화를 뿌리 내리겠다"고 호언했다.

 엠파크 측은 중고차 단지를 일자리 창출 요람으로 이끌겠다고 장담했다. 예비 딜러들을 가르쳐 중고차매매 산업의 일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었다. 지원을 받아 실제 딜러들을 교육시키기도 했다. 사람을 키워 말썽 많은 허위 매물을 없애려는 시도였다.

 허브를 준공한 지 1년 만에 엠파크가 경찰의 표적이 됐다. 딜러들이 중고차를 사려는 이들을 4시간가량 끌고 다니면서 강매를 시도했다. 엠파크 측의 딜러교육이 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엠파크 터는 옛 동화기업 중밀도섬유판(MDF) 공장이 있던 자리다. 동화기업 입장에선 중고차매매단지를 조성하려면 공장 터의 용도변경이 절실했다. 시나 구의 도움이 없이는 가능치 않은 일이었다. 동화엠파크는 일자리 창출과 잇닿은 딜러교육 프로그램을 내놨다. 시나 구에 잘 보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허깨비 일자리를 빌려온 셈이다. 경찰은 인천 전체 중고차매매단지의 불법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를 확대할 기미다.

 인천시는 청년정책팀을 새로 꾸리려고 시도했다. 청년일자리를 보살필 작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이동청소년과의 인력을 더 보태 청년일자리를 해결키로 한 것이다. 청년일자리에 대한 지역 특성을 깨닫지 못한데다가 진지한 고민마저 놓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는 불법 중고차수출단지로 전락한 송도유원지(107만4천419㎡)의 활용 방안을 놓고 용역에 들어갔다. 관광단지조성 계획이 없던 일로 되고 얼마 안 있으면 유원지 지정도 해제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곳 몇몇 토지주들은 벌써부터 주거·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용도변경을 요구하며 중고차수출단지를 접을 태세다.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주거와 상업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면 공원이나 도로 등 기반시설 터로 땅을 절반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송도유원지의 중고차수출단지는 진작 정리했어야 할 골칫덩어리다. 주변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에 둘러싸여 민원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문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뿔뿔이 흩어지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는 중고차수출단지다. 중고차수출단지는 인천만이 지닌 독특한 산업이다.

 대한민국 중고차 수출물량의 86%를 인천이 차지하고 있다. 송도유원지 중고차수출단지(65만9천㎡) 안에서 무역업과 중고차매매업 등록 사업자 1천700여 명이 움직이고 있다. 부품조달 등을 포함한 인천의 중고차 수출산업의 한 해 매출액은 5조 원에 달한다. 직간접 고용 인원 만해도 1만여 명에 이른다.

 충남 당진과 평택이 땅을 주고 부두를 내줄테니 ‘어서 오라’고 인천의 중고차수출 관련 조합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시나 구는 눈엣가시라며 내팽개칠 일이 아니다. 인천의 중고차수출단지의 판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송도유원지 개발 이후 중고차수출단지를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단지 조성에 눈을 떠야 한다. 그럴 때 인천만이 해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10여 년 전 속수무책으로 평택항에 빼앗긴 새 차 수출 꼴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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