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난세를 평정한 불세출의 영웅으로 보는 시각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당으로 보는 견해가 상존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에 여백사일가 살해 사건이 손꼽힌다. 역사적으로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소설에서 이 대목은 천 몇 백 년 동안의 조조를 옭아매는 명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여백사가 조조를 대접하기 위해 이웃 동네로 술을 사러 가고, 남은 가족들은 돼지를 잡아 잔치를 열어주려 준비하는데 칼 가는 소리에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한 조조가 진궁을 부추겨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도망치다 술을 사오는 여백사까지 후환이 두려워 죽이고 만다. 진궁이 말했다.

 "알면서 살인하는 건 큰 불의요."

 조조가 대꾸했다. "내가 천하의 인간을 버릴지언정, 세상 사람들이 날 버리게 하지는 않겠소."

 고전 경극 ‘착방조(捉放曹)’에서 이 대목은 잔학비도의 극치로 묘사되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조조를 욕해왔던 것이다. 어디 조조뿐이랴. 국정농단에 줄줄이 끌려나오는 이 나라 고위층을 보고 있으려면 이 문장이 절로 떠오른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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