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겨울 추위가 시작됐다. 감기와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병원마다 독감백신을 맞으라고 권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경기도 내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들이 백신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나 도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백신을 적정온도에 보관하지 않아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하는가하면 심지어 일부 의료시설에서는 음식물과 백신을 함께 보관하는 등 위탁의료기관들의 허술한 백신 관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3천250개소와 3천346개소의 위탁의료기관에 대해 백신 관리현황을 점검한 결과 2년간 총 384개소에서 백신 관리가 엉망인 것이 지적됐다. 이번 점검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유통기간이 경과된 백신을 그대로 저장고에 보관한 의료시설도 다수 있었으며 백신저장고에 음식물이나 기타 물품을 함께 보관해 백신의 오염을 야기하는 시설도 수십 곳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의료기관에서 버젓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을 알려져 있다. 백신은 이처럼 각종 질병에 사전 대처하는데 중요한 특효물질이다. 인위적으로 투여하면 우리의 몸이 그 미생물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내게 되어 나중에 동일한 미생물에 감염되었을 때 면역을 갖게 된다. 백신으로 일단 자극을 받으면 항체를 만들어내는 세포는 감염균에 대하여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다가 재감염되는 즉시 더 많은 항체를 만들어 면역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백신이 보관이 허술해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보관방법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청결한 저장고에 적정온도를 유지하여 보관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백신이 관리 소홀로 효능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사용 불가능에 이르게 된다면 그 책임은 크다 하겠다. 보도의 지적대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무료 예방접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백신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 정책 확대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 위탁의료기관의 백신보관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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