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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는 좌·우 소통과 화해의 표상이다

김락기 시조시인/객원논설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11월 23일 목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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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락기 시조시인
지진으로 포항은 참 아프다. 요즈음 태극기도 아프다. 태극기 달기 모범단지였던 우리 아파트도 그전 같지 않다. 작년 촛불집회 정국 이래 오늘날까지 그리 보인다. 태극기가 무슨 죄인가. 1919년 3·1 만세운동 때는 전국의 태극기 물결이 항일의 상징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태극기 물결이 국민 융합과 국가 창성의 상징이었다. 거리마다 경기장마다 ‘…태극기 휘날리면서…’라는 응원 가사와 함께 태극깃발과 태극문양이 넘쳐났다. 그런데 근년 촛불집회는 말하자면 진보세력이 중심이었고, 태극기집회는 보수세력이 중심이었다. 시방 태극기와 촛불은 서로 반대세력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알다시피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국기다. 1882년 고종황제가 설계해 대한제국, 임시정부를 거쳐 1948년 7월 12일 제헌국회에서 당당히 국기로 채택됐다. 대한민국 국기법으로 엄연히 보장돼 있다. 마땅하다. 세계 각국의 국기 가운데 우리 태극기만큼 그 뜻이 심오한 게 있으랴. 태극과 4괘는 우주 만물 생성의 근원을 나타낸 것이란다. 한국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는 물론이려니와 이 세상을 넘어 저 무한한 우주의 탄생과 변화까지 나타내었으니 만국기 아니라 우주기라 불러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태극에는 음양의 조화가 꿈틀댄다. 촛불의 밝음과 희망을 끌어안고, 그 촛불이 닿지 않은 어둠과 절망도 함께 한다. 보수도 진보도 다 받아들인다. 좌와 우뿐만 아니라 상하 팔방까지 포함한다. 태극기의 속정은 애초부터 이른바 촛불 정신을 넘어서 있다. 드넓고도 크다.

 이제 태극기의 숭고한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할 때다. 앞으로 촛불 집회 측이 행사할 때는 태극기도 함께 흔들면 좋겠다. 촛불의 열린 마음이다. 태극기 집회 측에서는 이를 소통과 화해의 몸짓으로 보기 바란다. 화이부동이다. 나와 다른 남의 생각도 인정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촛불 혁명을 여러 번 언급했다. 지금은 온 국민의 대통령이다. 비록 견해가 다를지라도 태극기 집회의 의미도 되새겨 소통의 국정운영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대통령 취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른바 적폐청산의 칼날은 아직 퍼렇다. 자칫 중우·선동정치로 흐를 수 있다. 1994년 발간된 리영희 선생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생각한다.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 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그의 사상은 요즘 정국 상황을 비춰보기에 알맞다.

 지난 8·15 광복절 기념행사 때는 매년 서울 도심건물 외벽을 장식하던 대형 태극기가 사라졌었다. 이달 들어 태극기의 위상이 다소 회복된 것은 다행이다. 11월 1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말미 파워포인트 영상에 대형 태극기가 장식되었다고 한다. 11월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는 한미의 두 영부인이 환영 어린이들에게 태극기와 성조기 무늬가 디자인된 목도리를 걸어 줬다. 또한 제20주년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한 재외동포 차세대 리더들이 태극기와 자국 국기를 같이 흔들었다. 남들과도 어울리는데 같은 국민끼리 어울리지 못할 리 없다.

 태극기에는 조화와 화해뿐 아니라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담겨 있다. ‘관용(똘레랑스)이란 종교를 포함해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 양식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저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말했다. 1995년 유네스코는 11월 16일을 ‘세계관용의 날’로 선포해 매년 이행하고 있다. 보복과 처단의 악순환이 사라져야 한다. 얼마 전 청주의 ‘2017 세계문화대회’에 온 50개 국 500여 명의 컬처 디자이너들이 ‘용서와 화해’를 열창했다. 포용이다. 지금 포항에는 사랑과 자비의 포용이 절실하다. 아파트 단지마다 종전처럼 태극기가 걸리기 바란다. 통일이 되면 북한 땅에도 인공기 대신 포용의 태극기가 펄럭이겠지. 2018년 벽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2002년 못지않은 태극 깃발이 휘날리리. 눈기운 스산한 초겨울, 단시조 한 수로 더할 말을 갈음한다.

<태극기 속정>

세상사 저도 몰래 / 해와 달이 피고 지듯 ∥ 하루다운 하루하루 / 삼백예순 나달 속에 ∥ 따습게 / 실로 따습게 / 한 겨레를 괴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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