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유병재 / 비채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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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웃기고, 눈물 나게 아프다!’

‘유병재 천재설’의 의혹마저 불러일으킨 전 국민의 웃음 폭탄 유병재.

공연과 방송에서 남다른 개그 철학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선사한 그가 자신의 첫 책 ‘블랙코미디’와 함께 작가로 돌아왔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에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유병재가 지난 3년 동안 저축하듯 모은 에세이와 우화, 아이디어 노트, 미공개 글 138편이 담겼다. 이는 폭소와 비판, 공감과 풍자를 오가며 ‘즐거움이라는 한 가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유병재식 농담으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으레 ‘농담’이라면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이번 작품에는 유머러스한 문장과 유쾌한 에피소드가 반복해 등장하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실소와 폭소를 터뜨린다. 무엇보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던 일상 속의 부조리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 같은 일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면서 한 번쯤 고구마처럼 퍽퍽한 ‘을’의 서러움을 견뎌야 했던 이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 준다.

 ‘블랙코미디’에 수록된 글은 때로 단순히 웃음을 위한 농담이 아닌, 모순덩어리인 우리의 자아와 사회를 겨냥하는 아포리즘에 가깝게 느껴진다. 자기변명은 철저히 배제하되, 냉철한 관찰력과 핵심을 짚을 줄 아는 작가의 장기가 짧은 글 속에서 온전히 발휘되기 때문이다. 짤막한 글 속에 응축된 반전의 묘미는 어떤 긴 글보다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블랙코미디’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코미디’다.

 작가가 직접 작명한 ‘농담집’의 진짜 의미는 이 지점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작품은 우리 사회의 급소를 겨냥하면서도 ‘자기반성’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비극이 어쩌면 내게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내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고도의 성찰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아닐까.

착한 사람들
애비게일 마시 / 와이즈베리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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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가끔 잔인한 행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아무 대가 없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까?

동정심과 잔인함은 인간의 타고난 두 가지 본성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들이 언제,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표출되는가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착한’ 존재로서 친절한 이타주의자가 되는 잠재력을 가졌다. 그러나 엽기적이고 잔인한 사건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세상에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훨씬 많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착한 사람들’의 저자 애비게일 마시는 젊은 시절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사고를 당하고 낯선 사람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그가 베푼 이타심의 동기를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 깊숙한 곳을 탐구한다. 그 결과 타인의 두려움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이타심과 사이코패스 성향을 판가름하는 강력한 표지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뇌 영상과 유전 연구 등 과학적인 증거를 꼼꼼하게 제시하면서 공감 능력, 사이코패스 성향, 이타주의에 대한 기원 등 인간 본성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
나다운글(정다운) / 경향BP /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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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에 부쳐서 도저히 어찌 할 방법이 없을 때, 온몸에 힘이 빠져 눈물 흘릴 힘밖에 남지 않았을 때, 운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래도 우는 일밖에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들으면서도 크게 위로되지 않는 말이 바로 "울지 마"가 아닐까. 울고 싶어서 우는 것도 아니고, 그치려 한다고 그쳐지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 무의미한 말도 없다. 그때 차라리 누군가 "그래,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라고 말해준다면 그 앞에서 크게 무너져 내린 뒤 다시 일어설 힘을 내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나다운글의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을 때, 내 추한 모습을 봐주고 곁을 지켜줄 의리 있는 친구 같은 책이다.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말들이 가슴에 오래 남아 위로가 된다. 힘든 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또래 친구처럼 내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언니나 누나처럼 철든 조언을 건네며 마음을 다독인다.

 어른이라서 감춰야 했던 속마음들을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편안하게 들여다보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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