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사표음’은 광주리에 밥을 먹고 표주박으로 물을 마신다는 의미로 작은 것에 만족하는 소박한 생활 방식을 뜻하며 청빈한 생활을 비유해 공자가 아끼는 제자 안회(顔回)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논어(論語) 옹야편에 나오는데, 공자는 3천 명에 달하는 제자를 두었는데 그 중 자로(子路)는 이재에 밝았고, 자공(子貢)은 벼슬길에 나가 성공했고, 안회는 가난했지만 학문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는 안회였으며, 공자는 제자들의 역량에 따라 평하고 충고를 했지만, 안회에게는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공자의 기대에 맞춰 안회도 워낙 학문을 좋아해서 29세에 백발이 됐다고 한다. 자로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聞一知十)’며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도 안회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안회는 가난해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 했으며 평생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어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가난은 그의 수행과 학문연구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안회를 보고 찬미하며 공자는 이렇게 칭찬했다.

"어질도다 안회여,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 산다면 다른 사람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구나. 어질도다 안회여."

옹야편에는 이것 말고도 안회를 칭찬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공자는 가장 신임하고 아꼈던 30세 어린 제자가 자신보다 먼저 죽었음을 늘 애석해하고 그리워했다. 이러한 이유로 단사표음은 초야에 묻혀 사는 은사들의 생활 표상이 되었다.

국가 기관의 특수활동비가 눈먼 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 왔고, 고위층이 특수활동비를 횡령하거나 사적으로 전용한 사건은 역대 정부나 국회 가릴 것 없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다른 곳도 아닌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청와대 참모들이 보너스마냥 자신들의 지갑을 채운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터무니 없는 상황이다.

‘단사표음’, ‘안빈낙도’처럼 청빈하게 살지는 못할지언정 뒷거래된 돈이 국민의 혈세인지 알고 나눠 가졌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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