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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경기시인협회 이사
요즘은 조간신문을 펼치기가 망설여진다. 대부분의 기사내용이 희망적이기보다는 암울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일자리와 실업률 관련기사가 나오면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고 별의 별 정책을 다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오히려 지난 10월 기준,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약5만2천 명이 줄었으며 6월 이후 5개월 연속 하향곡선이다. 전체 취업자 증가도 27만9천 명에 그쳐, 한 달 만에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까, 공교롭게도 내년 최저임금의 급상승 여파와 맞물려 청소원과 경비원 등 사업 지원 분야와 숙박 및 음식점 분야의 취업자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아울러 금융업, 전문직 분야의 일자리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더욱 심각해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백수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나는 지난주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그것도 겨울바람이 씽씽 부는 황량한 들판에서 거센 바람과 싸우며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꽃,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며칠 전의 일이다. 고향 동무들과 술 몇 잔하고 대리운전을 의뢰, 운행 중에 나눈 대리운전기사의 말이 뇌리에 삼삼하게 저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청년의 얘기를 빌리자면 나이는 33살이다. 군 제대를 하고 27살에 충남에 있는 모 대학의 경영학과를 나왔다. 그러나 취업을 위해 3년 동안 십여 차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오가며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럼에도 그 청년은 지방대학 출신이라고 자책하지 않았으며, 백(back)과 운(運) 같은 사회구조를 원망하질 않고 오직 자신의 실력 부재와 능력의 한계 때문이라 생각하고 진로를 바꾸었다.

 본인의 그릇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아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했다며 백수 생활도 2~3년이 지나면 부모님의 눈치를 봐야 하고 차라리 남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이라도 돈을 버는 일이라면 아무 일이나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일자리 게시판에 카케리어 트럭운전 기사 모집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행이도 군대에서 대형 특수면허까지 소지한 덕분에 운송회사에 취업해 일하게 됐다. 정규직원은 아니었지만 새벽 6시 카케리어 트럭을 몰고 울산으로 내려가 자동차를 싣고 다시 수원까지 운송하는 일당은 10만 원, 왕복 운행시간과 휴식시간, 식사 시간 포함해서 약 10시간 소요된다. 분명 중노동이다. 수원에 도착하면 오후 4시가 된다. 이후, 약간의 휴식과 식사를 한 다음 다시 대리운전을 시작해 밤 12시 정도 마감한다. 이렇게 번 돈이 한 달에 25일 일하고 약 350만 원 정도가 수입에 잡힌다. 부모님은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본인은 너무도 떳떳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제 또래들은 대학을 나왔다고 험한 일을 하기 싫어한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너도 나도 다 대학을 나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 자기의 스펙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력은 없는데 대기업만 선호 한다면 중소기업이나 공사 현장 등에서 소소한 일과 험한 일을 누가 하나? 제가 보건대 우리나라에는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제가 일하는 이곳도 운전기사가 없어서 쩔쩔매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나라의 청년 백수가 증가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담담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우리나라의 취업계층과 일자리의 비매칭에 대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의 작은 희망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2년간 모은 돈이 약 6천여만 원이 됐으며 앞으로 약 2년간 이렇게 더 고생을 하면 본인의 카케리어 트럭을 소유해 좀 더 안정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개인운송사업자, 즉 사장이 된다는 것이다. 희망을 갖고 사는 대리기사. 그는 분명 대리기사가 아니었다. 산과 들, 정원에 무수히 많은 꽃이 피었다 한들 이 청년처럼 아름다운 꽃이 또 어디에 있을까? 나는 분명히 일하는 청년! 그 아름다운 꽃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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