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현장실습 나갔던 특성화고 학생이 기계에 끼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9일 숨진 이민호(18)군은 현장실습생이라기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장시간 노동자에 가까웠다. 평일엔 공장 숙소에서 잤고, 하루 11~12시간을 일하는 날도 잦았다고 한다. 이처럼 매년 10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현장실습생들을 교육이 아닌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 가운데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산업체에 취업한 학생들은 같은 일을 하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70~80%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보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현장실습생들에 대한 처우가 인권침해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열악하나 개선하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남들이 모두 다 가는 대학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못 가는 실습생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된다.

 학교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부 발간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 매뉴얼’을 보면 담당교사가 현장실습 중 업체를 직접 방문해 학생에게 ‘순회지도’를 해야 하나 역시 이를 소홀히 했다. 현장실습 업무를 학교에 맡기고 방치한 행정 역시 문제다. 지난 정부가 고졸자 취업률 확대를 위한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해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별도의 근로계약을 용인해주고 장시간 노동을 묵인한 측면이 있다고는 하나 학교는 물론이고, 교육부, 고용부 역시 감시 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직업교육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뿐 아니라 국가발전의 디딤돌이 될 중요한 교육인 만큼 보다 광범위한 개선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우선 전체 직업교육 계획 과정에 학생, 교원, 기업 CEO, 담당자들에 대해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우수한 기능인력을 양성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산업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학교와 산업체 간 유기적 협력체제 강화, 잘못된 협약이나 고시의 개정, 현실적인 보수체계 마련 등 현장실습생들의 처우 개선과 노동환경 개선에 관계기관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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