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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계봉 인천민예총 상임이사
우리나라 국민들만큼 노래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또 있을까. 번화한 도시의 상가는 물론이고 신파조 음악이 울려 퍼지는 시골 읍내의 장터나 뒷골목 안에서도 어김없이 성업 중인 노래방의 간판을 보면 가히 대한민국은 ‘자칭 가수’들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도 공중파나 종편, 케이블을 망라하고 노래를 아이템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다향하게 포진돼 있다. 그런 걸 보면 노래는 우리 국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명 발산의 강력한 매개임이 분명한 듯싶다.

 그래서일까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노래와 관련한 축제와 행사들을 마련하고 있고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에는 ‘인천의 노래 제정 사업’이 시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바 있고, 지난달부터 최근까지는 ‘사운드 바운드 축제’, ‘아리랑가요제’, ‘사운드 오브 인천’ 등 다양한 종류의 음악 및 노래 관련 사업들이 진행돼 오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민간 차원에서의 행사는 그렇다하더라도 시정부 차원에서도 이렇듯 노래와 관련한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단지 시류에 편승한 가벼운 발상은 아닌 듯싶고, 오히려 노래가 갖는 힘과 감염력을 관 차원에서 비로소 알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래에는 그 노래가 불리던 당시의 시대상황이 반영돼 있는 법이다. 따라서 해당 시기의 노래를 고구하다보면 당시 민중들의 고뇌와 시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래는 멜로디가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권위주의 시절에는 국가 권력에 의해 노래가 통제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노래들이 건전가요라는 이름으로 유포되었던 것이다. 민중들에게 노래는 신명의 발산 통로이자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 매개이기도 했다. 노래를 빼앗기면 모든 것을 빼앗긴 것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노래의 역사를 역추적하는 것은 따라서 이곳을 살아온 민중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임과 동시에 당대의 시대상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인 것이다.

 ‘문화 성시 인천’을 강조하는 시정부가 근래 들어 인천의 노래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아마 위에서 말한 노래의 힘과 의미들에 주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정한 시기에 많은 민중들이 사랑한 노래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을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창작해보는 것은 단지 과거에 대한 복고 취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해당 노래들이 불린 특정 시기의 역사를 기억하고 복원하는 작업이며 그것을 통해 앞으로 살아갈 건강한 삶을 미리 조형해 보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인천의 역사와 인천시민들의 전사(前史)를 당대에 불린 노래들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인천의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의 노래에 대한 관심과 재조명 사업은 인천의 정체성을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아울러 그 노래를 향유해 온 인천시민들에게는 인천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시가 바로 그러한 점에 주목했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매우 유의미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때때로 관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이 범하곤 하는 오류겠지만, 지나치게 성과주의적 접근과 결과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업에 참여한 연구자들과 관련 예술가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인천의 노래는 말 그대로 인천의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거나 향유하고 유포한 것들이다. 그러한 자발성 속에서 민중들은 자연스럽게 노래를 통해 해원(解원)하고, 신명을 발산하며 삶의 원동력을 얻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자발성’은 사업 진행과정에서도 그대로 관철돼야 하는 원칙이자 전제다. 관이 무리하게 해당 사업 연구자들과 관련 예술가들의 작업에 간섭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조만간 ‘인천의 노래’와 관련된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도출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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