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이 최고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모두 국가의 화두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게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서비스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의료서비스는 주로 ‘치료’에 목적을 뒀다. 하지만 고령화사회에서는 질병의 ‘예방’을 위한 ‘헬스케어(healthcare)’ 개념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무선으로 연동해 사용하는 안경, 손목시계, 밴드형 기기를 일컫는 ‘웨어러블(Wearable)’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기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건강 관련 정보의 공유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의료산업이 융합된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부원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시대 의료환경 변화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백 부원장은 ‘헬스케어 혁신파크(Healthcare Innovation Park·HIP)’를 통해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하는 일을 맡고 있다. 2003년 개원 당시 ‘국내 최초의 100% 디지털병원’으로 이름을 알린 분당서울대병원은 초기부터 종이와 엑스레이 필름, 차트 등을 모두 디지털라이즈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인공지능형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을 주관했다.

 성형외과 교수지만 모바일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중심의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헬스커넥트 주식회사 대표로도 활동하는 등 4차 산업의 본질인 ‘융합’을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백 부원장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쌓이며 시작됐다"며 "빅데이터를 통한 예측으로 변화가 일어났고, 이런 면에서 인간과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스마트 헬스케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백 부원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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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스마트 헬스케어라고 말했다. 안유신 기자
-스마트 헬스케어란 무엇인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지금까지의 의료·헬스케어가 융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료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헬스케어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해 이를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새로운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념이다. 즉 웨어러블 기기,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박수, 체온, 움직임 전기전도 등 사람의 생체지표를 수집한 뒤,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으로 전달해 몸 상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굉장히 복합적인 분야로서 2030∼2035년이 되면 전체 산업 3분의 1이 스마트 헬스케어와 관련된 산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4분의 1정도는 된다. 4차 산업의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헬스케어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시키는 게 근본적인 취지다. 웨어러블 기기는 개인의 일상을 데이터화 하기 가장 편리한 도구로서 몸에 착용하는 수준에서 현재는 껌처럼 씹거나 몸에 부착하는 타투 형식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사람의 걸음 외에도 뇌파까지 측정해 유전체만큼 중요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됐다.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하는 지를 모아 분석하면 건강과 질환관리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헬스케어부터 성장하겠지만 향후 치료 목적의 스마트 의료산업으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혀 갈 전망이다.

-스마트 헬스케어의 등장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는

▶기존의 의료서비스는 단순히 아프면 병원을 찾는 식의 경험적인 부분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2003년 사람의 유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며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건강을 결정하는 것이 통증의 유무가 아니라 타고 나는 유전체 즉 인간 몸의 설계도라고 보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방암이다. 유방암 중 15% 가량은 ‘브라카(BRCA)’라는 유전체를 갖고 있으면 생긴다. 간단한 검사를 통해 브라카 유전체를 발견하면 유방암 발병 확률, 난소 암 발병 확률 등을 데이터로 알 수 있다. 1기는 98% 이상 생존율을 보이는데 정기적인 검사를 받지 않으려 예방적 유방절제술로 사전에 유방암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앞으로 모든 암이 이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엔지니어링한 유전체를 몸에 주입해 기존 유전체가 갖고 있었던 질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시도도 있었다. 또 만성질환인 당뇨의 경우, 기존에는 가족력이 중요하다는 것과 식습관에 따라 체중이 많이 늘면 발병한다는 정도만 알았다. 지금은 당뇨가 생기는 원인 수십 가지를 알게 돼 몇 살쯤 당뇨가 올지 예측이 가능해지며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발병 확률을 80%에서 30%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미리 치료를 하는 것으로 운전자가 네비게이션을 보고 운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생활습관에 따라 타고난 유전체의 발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의 키와 체중, 활동량, 혈압, 혈당 등의 클리니컬 데이터와 유전체 등을 빅데이터화해 분석하며 모든 병의 원인을 미리 없애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병의 근원을 알게 되면 보다 빨리 발견하고 쉽게 치료할 수 있어 의료비까지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서 아직 모든 병에 대해 파악할 순 없지만 이르면 10∼20년 안에 많은 질병 및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체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툴도 발전하고 있어 현재 하루에서 이틀이 걸리던 분석시간도 점점 빨라져 하루 내지 수 시간 안에 가능해 질 거라 본다. 아울러 환자와 정상인에 대한 구분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병과 의료에 대한 관념이 달라져 태어나면서부터 환자이자 정상인으로도 볼 수 있다. 질병에 대한 요인 자체가 유전체에 있기에 환자와 정상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막연한 관리의 개념이 데이터로 정확질 수 있다.

-앞으로의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상용화 돼 있는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사용자의 심박 수와 걸음 수 등 신체 활동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언젠가 전 세계 인구의 데이터가 다 모이면 유용한 정보가 훨씬 커질 것이다. 또한 미래 헬스케어 분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테크놀로지와 솔루션 프로그램 등 의료에 관한 모든 데이터와 기술이 모이기 때문에 산업의 규모도 방대해 진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차 한대를 만드는데 부품이 수만 개가 들어가 각각 굉장히 많은 사람과 투자가 필요하다. 스마트 헬스케어 역시 부품 수로 따지면 앞으로 수억 가지의 부품을 따로 만들어 조합해야 한다. 한 회사가 수백만 가지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 모든 걸 다 가질 필요도 없지만 핵심적인 기술 몇 개만 선점해도 기존 제조업 분야에 비할 바가 아닌 산업적인 선도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자동차와 전자 등의 분야를 선점하진 않았지만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 시장규모를 키워 왔다. 하지만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는 아직 뚜렷한 선도자가 없는 상태다. 현재는 빨리 선점하면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자체가 크기 때문에 기존의 우리나라 자동차·전자산업이 갖고 있는 시장이나 능력수준만 유지해도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현재 국내 자동차·전자 분야 수출 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면 의료업계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우리 세대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의료와 건강관리만큼 사람의 손길이 중요한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에는 약을 기계가 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직접 주는 게 약효가 다르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앞으로 로봇이 많은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환자를 보고 실제로 관리하는 건 사람의 손을 떠날 수 없다. 예를 들어 병원이 2개가 있다. 한 병원은 증상을 입력해서 로봇이 수술 여부를 묻는다. 다른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에 감정을 추스르며 진단 결과를 말해 준다. 인간은 감성이 있기에 후자를 택한다. 적어도 앞으로 100년 동안은 로봇이 주된 역할을 하는 병원을 찾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는 10억 원을 투자자 했을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유발계수’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전자산업이 4 수준 안팎이고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는 15,16 정도 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실제로 환자와 접촉하고 치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경기도의 인프라는

▶국내 첫 병원 중심의 바이오 클러스터라 불리는 분당서울대병원 내 헬스케어 혁신파크(HIP)를 기준으로 보면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판교·광교가 있고, 반경 60㎞ 안에 IT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연구소를 갖춘 기업이 300개 이상 있다. 연구소가 있는 병원 주변에 1천만 인구, 사업화 기업이 갖춰진 입지는 흔치 않다. 자생적인 환경이 조성됐기에 보스턴, 뉴욕 등과 같은 바이오 클러스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경기도와 우리 병원이 협력해 간다면 해외 유명 바이오 클러스터 못지않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이미 갖춰져 있다. 앞으로도 연구와 교육 시설을 계속 유치한다면 스마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두가 되는 광역지자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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