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23일 오후 종료됐다.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르면서 일부 지역엔 눈까지 내린 ‘수능 한파’였다. 하지만 아무리 차가운 날씨라도 일주일간 긴장감에 얼어 붙은 수험생들의 마음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들의 인생은 한파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수능을 본 수험생 59만4천여 명은 대부분 1999년생이다. 이들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1997년 시작된 IMF 외환위기 속에 태어난 이들은 백일 반지, 돌 반지 하나 없는 경우가 많다. 당시 국민들은 IMF 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에 한창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이던 2010년에는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학여행은 물론 운동회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중학교에 올라간 뒤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전 국민이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들의 고통은 사회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개정에서도 이어졌다. 초등학교 내내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6학년이 되면 역사를 배우는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됐다. 하지만 정작 6학년이 되자 5학년에 역사수업을 두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된 것이다.

 피해는 7차 교육과정, 2007 개정교육과정, 2009 개정교육과정, 2011 개정교육과정까지 이어져 누구보다 많은 교육과정을 거쳤다.

 19년 짧지만 긴 세월을 보낸 이들에게 수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수험생은 물론 부모나 친척 모두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실제 수능이 연기되자 스스로를 비하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수능이 끝났다. 그동안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수능 가채점 결과를 분석해 수시나 정시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앞선 기성세대에 비해 아픈 기억을 많이 가진 올해 수험생들 모두 잠시나마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