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가 발표한 ‘기초지방의회 정책과제 설문조사’ 결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1천559명의 전국 기초의원 중 68.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는 내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1991년부터 시행됐다. 1987년 민주화의 열망에 의해 지방자치를 받아들여야 하기는 했으나 정당은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결과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영남 등에서 야당인 신민주연합당은 호남 등에서 지역적 권력 기반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방선거를 활용하려 했다. 그들 간의 정치적 타협 결과가 정당공천제였다. 당시는 광역단체장인 도지사와 광역의원인 도의원,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정당이 공천했다.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까지 정당공천을 한 것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였다. 헌법재판소가 2003년 5월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 표방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84조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까닭이다. 헌재는 당시 다른 지방선출직은 정당표방을 하는데 기초의원만 금지하는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 후로 중앙정치의 지방 지배는 더욱 가속화됐다. 광역자치단체는 선거구가 국회의원 선거구보다 크므로 후보자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소속 정당의 지배를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의 취지는 지역에서부터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 훈련을 받아 정치인으로 성장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지만, 과연 12년 동안 이러한 원칙이 결실을 맺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나마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자치와 지역권력의 분배에 대해 시민적 관심이 증대했다. 그렇지만 현재의 기초의회 의원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지속된다면 기초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중앙정당과 국회의원을 향한 줄 세우기와 지역개발 정책 실행에서의 부패와 타락은 기초의회 의원까지 확대되면서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듯 정치활동 과정을 올바로 직시할 때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계속된다면 그나마 정치 신인의 자유로운 등장과 올바른 도덕적인 활동은 정당공천이 전면화된 조건 속에서는 도저히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될게 뻔하다. 이제라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도가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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