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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경진 광주소방서장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 받아야 한다."

노인복지법 제2조의 노인에 대한 기본이념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노인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적절한 의료 및 생활서비스 제공과 가정의 수발 부담을 줄이고자 노인요양시설은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했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수준은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화재가 빈발하는 겨울철을 맞아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 20곳에 대해 불시 단속을 실시했다. 무작위 표본추출과 사전통지 없이 실시된 이번 단속에서 무려 12곳의 노인요양시설이 55건의 소방 관련법을 위반해 안전관리에 대한 많은 허점을 노출시켰다.

 주된 위법사항은 복도에 철문을 설치하거나 피난통로에 잠금장치를 설치해 피난에 장애를 초래했고, 화재발생 시 자동으로 소방관서에 통보되는 자동화재 속보 설비는 고장 상태로 방치하는 등 안전에 대한 시설 관계인의 의식을 여실이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노인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은 주로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생물학적 기능이 쇠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환경의 변화를 접했을 때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신체를 조절할 수 없어 화재 등 기타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자율 방어 능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난시설을 폐쇄하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피난 약자의 생존과 직결된 사항이므로 평시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도심지역과 달리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은 도시외곽에 위치해 소방관서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관계인의 초동 대처 능력에 따라 인명 및 재산피해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화재 사고 시 재실자를 안전한 장소로 유도해 낼 수 있는 피난 계획과 소방시설의 유지관리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관계인들은 만일의 재난에 대비해 시설 내 소방시설의 유지·관리와 소방시설의 작동 유무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소방서와 시설 간 합동 소방훈련을 통해 실제 화재 시 소방 작전과 전술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자력대피가 곤란한 노인들의 신체적,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피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소방관서와 유기적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관계인의 역할과 책임의식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고령화 사회의 문턱을 넘었다. 노인요양시설의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관계인의 안전의식도 더불어 향상돼야 한다.

또한 시설 내 입소한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수용 개념에서 벗어나 거주의 공간으로 인식을 탈바꿈한다면 현재의 노인과 앞으로의 우리는 안정된 생활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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