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인천지역 경찰들이 정작 자신의 정신건강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돼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다른 직업과 달리 각종 사건현장에서 늘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며 다양한 후유증을 얻기 쉽지만,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공무원은 소방공무원이나 군인 등과 마찬가지로 ‘정신건강 취약 직종’으로 분류된다. 업무 특성상 위험하고 끔찍한 현장에 자주 노출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천은 최근 들어 경찰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3명의 경찰관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잇달았다.

27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분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병원 옆 주차장에서 인천경찰청 소속 A(57)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A경위는 지난해 근무 중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뒤 최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6일 오후 1시 50분께는 인천시 연수구 청량산에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B(53)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B경위는 우울증을 앓다가 최근 휴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인천 모 지구대 소속 C(49)경위가 자신이 근무하는 지구대 휴게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족들은 평소 C경위가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천경찰청에 마련된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인천경찰청은 ‘경찰관 마음돌봄과정’과 ‘휴 공감 힐링캠프’, 형사계·과학수사계·여성청소년계 등 트라우마 위험부서를 지정한 상담 등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는 별도로 교육 대상자를 선정해 진행된다. 적극적인 개입이 아니다보니 정신건강 위험 사례 발굴이 미흡하고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본인이 정신질환을 알리기를 꺼려해 신청하지 않으면 관련 상담이 진행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다.

인천시자살예방센터 나경세 센터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찰 전체에 대한 정신건강 전수 검사를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고, 고위험군 경찰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경찰에 대해서도 예산 지원을 통해 생명존중 및 자살 예방에 대한 정기 교육을 마련하는 등 경찰 내부에서부터 효율적인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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