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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시인
지난 11월 2일자 조선일보에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선정’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와 행정안전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2017년 제19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大賞) 공모’에서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서울 방향) 화장실이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죽암휴게소 화장실은 다양한 LED 조명을 설치해 밝고 선명하며, 연두색과 노란색으로 꾸민 내부 벽면은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카페 분위기를 자아내는 등의 뛰어난 인테리어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기능면에서도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을 끌어 소변을 씻어 내리는 용도로 재사용한다든지, 각 세면대에 세정제와 함께 핸드드라이어를 갖추어 놓았다든지, 바닥은 항시 건조한 상태로 청결을 유지한다든지 하는 등의 창의적 설비와 함께 장애인의 화장실을 입구 쪽 독립된 공간에 따로 분리, 설치해 장애인 이용 편리를 위한 아이디어 등을 꼽았다.

 공중화장실이라면 우리는 그저 오다가다 다급한 ‘뒤’나 처리하고 나면 그만인 ‘간(間)’으로밖에, 굳이 다시 기억할 곳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사를 읽으면서는 ‘화사하고 안락한 레스토랑의 고급한 분위기와 함께 카페 분위기의 격조 높은 화장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먹는 장소만 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먹은 것을 처리하는 장소도 얼마든지 ‘호텔 뺨치는’ 고급한 장소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또 이 행사를 이어오는 주최 측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한 가지 흐뭇한 것은 우리 인천의 공중화장실 하나가 대상 한 칸 아래 격인 금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전국 102개 공중화장실 중에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바로 수인선 인하대역 화장실이다. 몇 번 인하대역에서 열차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화장실까지는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이 기사를 보면서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궁금해진다. 대견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이 화장실의 관리자가 한국철도공사라는 점에서 조금 느낌이 달라진다.

 철도공사만이 아니라 공중화장실을 관리하고 있는 인천의 지자체 어느 한 군데라도 이런 데에 관심이나 가지고 있었는지….

 어쨌거나 신문을 접으면서 문득 연상된 것이 1923년 11월호 「개벽」 잡지에 실린 ‘각 정거장들의 품위(品位)’라는 기사이다. "만철경성관리국(滿鐵京城管理局)에서는 최근에 각 역의 역무(驛務)급(及) 정원 등을 고려하야 역의 등급을 아래와 같이 개정했다"는 설명과 함께 "1등 역에 경성, 평양, 용산, 부산역" 2등 역으로는 "대전, 대구, 신의주, 인천, 진남포, 원산역" 그리고 3등 역에는 "군산, 이리, 청진, 회령, 목포, 신막, 정주, 복계, 영등포, 초량역"을 지정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7등 역까지의 품위는 대략 역무, 즉 승객, 화물에 따른 객차나 화물열차의 운행량, 또 그에 따른 역무원 수 등을 종합한, 역의 규모에 따라 매긴 등급으로 역사(驛舍)의 환경이라든지 서비스 질, 편리성 등을 중점적으로 품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인천역이 2등 역이라 해서 크게 아쉬워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인천의 다른 역으로는 축현역(현 동인천역)이 4등 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이한 콘테스트로는 1928년 「별건곤」잡지사에서 공모한 ‘이발소 투표(理髮所投票)’라는 것이 있었다. 그 7월호에 "경성 안에서 어느 이발소가 제일 나은가. 대구, 평양, 원산, 개성, 인천서는 어는 곳이 제일 나흔가? 투표하여 주십시오. <중략> 이리하는 일은 현재 잘 아는 집을 널니 알게 되는 데만 긋치는 것이 안이라, 압흐로 더욱더욱 조와지게 하는 일이니 결코 등한히 녁이지 말고 다 가티 1표씩을 던저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콘테스트는 전국 6대 도시 이발소를 각각 1등부터 7등까지 총 42곳을 선발해 기사와 사진으로 소개하려는 의도였는데 독자의 호응이 낮아 8월호에 고작 서울 4곳, 평양 3곳, 개성 5곳, 원산 3곳이 미미한 득표를 보였을 뿐이라는 중간발표를 끝으로 이후 하회가 없다. 아마 중단되고 만 듯한데 인천은 사정(寺町), 곧 중구 답동에 소재한 ‘조선이발소’가 유일하게 5표를 얻은 것으로 나와 있다.

 "현재 잘 아는 집을 널리 알리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더욱 시설이나 서비스가 좋아지도록 하자"는 「별건곤」잡지사의 취지도 무색하게 유야무야되고 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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