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말들
이문영 / 후마니타스 /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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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말들’은 강원도 사북 폐광촌의 풍경으로 시작해 진도 팽목항에 이르러서야 닻을 내린다.

 그 여정에서 한국 사회의 그늘에 깃든 그림자 같은 삶들을 만난다. 저자는 폐광 광부, 구로공단 노동자, 에어컨 수리 기사, 다양한 알바생, 대부 업체 콜센터 직원, 넝마주이, 이주 노동자,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 성소수자, 수몰민,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만나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또한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잊힌 흔적을 찾고, 출입국사무소에서 수모를 당하는 이주민의 슬픔도 목도한다. 농민 백남기의 인생을 상세하게 복원하기도 한다. 실제 기록을 있는 그대로 살린 세월호 사건의 기록은 이 시대 슬픔의 한 극점을 보여준다.

 신고 전화를 둘러싼 대화와 해석을 교직하는 방식으로 적은 글을 만나며 우리 사회의 야만과 불합리한 관행을 뼈아프게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전해지기 쉽지 않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웅크린 시선을 저자만의 단단한 문체에 담는다. 때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의 내면과 일상을 충실히 복원해 그들의 화법으로 쓸쓸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세상에 전파한다. 이 책은 가장 짙은 그늘의 현장에서 채집한 생생한 단어들을 화두로 써내려 간 글들을 모았다.

 ‘웅크린 말들’은 ‘밑변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이 간직한 상처와 절망, 원한, 정념, 비애를 보듬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춘 드문 기자다. 그의 글에는 공간과 현장에 대한 충실성과 매력적이며 단단한 문체가 성공적으로 어우러진다.

 다큐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 아래 쓰인 글들은 저자 자신이 말하듯 기사, 르포, 논픽션, 소설 등의 장르를 특정하기에 앞서 ‘무엇이 말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묻는다. 또한 어떻게 해야 말해질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글쓰기의 연원인 ‘이야기의 전통’에 닿으려는 시도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기자인 저자 이문영은 동화 ‘보이지 않는 이야기(봄나무, 2011)’와 ‘이티 할아버지 채규철 이야기(우리교육, 2005)’ 등을 섰다. 또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 민음사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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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는 그동안 저자 본인이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자신에게 적용해 온 심리학 이론들을 문학이라는 감동으로 전해 독자가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꾸준한 독서와 끊임없는 글쓰기로 마음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훈련해 온 저자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글을 쓰는 자리에서는 자신을 검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융은 ‘중년의 위기’에 관심을 기울인 최초의 심리학자였고, 이 책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뿐 아니라 ‘중년의 위기’도 잘 극복해야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 정여울은 지난 저서 ‘공부할 권리’에서 공부가 의무가 아닌 권리가 되는 순간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이번에는 ‘심리학’이라는 또 하나의 눈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을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 국문학과 문학박사다. 출신 학교에서 문학과 쓰기를 강의했으며 지난 2013년 ‘전숙희 문학상’을 수상했다.

구름 껴도 맑음
배성태 / 중앙북스 /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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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커플의 달달한 신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북 ‘구름 껴도 맑음’.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대한민국 청춘남녀 100만 명의 마음을 설레게 한 배성태 작가의 ‘구름 껴도 맑음’이 리커버 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이 책은 망고와 젤리,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한 커플의 달달한 신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북으로 인터넷상에서 10만 팔로워를 따뜻한 그림으로 설레게 한 배성태 작가의 작품을 모은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혹은 빠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들과 작가가 직접 적은 해시태그는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으며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한다.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가의 그림들은 두세 가지 단조롭고 강렬한 색을 사용한 유럽풍의 그림체로 한번 보면 그 색감에 빠지게 한다. 여기에 작가가 펼쳐놓은 달달한 신혼의 장면들은 결혼을 앞 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시간들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한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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