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은 송도국제도시 바이오산업에 대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떠올린다. 이들 기업을 상대로 한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충청북도 오성의 바이오생명과학단지 인프라에 밀린다는 인식이 업계에서는 팽배하다.

그러다 보니, 중소 벤처·창업기업들은 송도 입주를 고심한다. 송도 바이오산업이 셀트리온과 삼성 덕분에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송도는 이들 회사의 생산시설 확장으로 내년이면 의약품 생산능력이 연간 56만L를 달성한다.

단일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외 바이오 관련 전문가들은 ‘갈 길이 멀다’한다. ‘송도바이오클러스터가 국가 바이오프론트로 거듭하기 위한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본보는 30일 송도 G-타워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주최로 열린 ‘송도바이오프론트 심포지엄 2017 특별좌담, 바이오가 송도에게’ 행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 특별 좌담회 참석자 명단 -

 좌장 : 이기형 바이오스펙테이터 대표

 토론자 :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소장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홍성용 GE헬스케어코리아 전무

 -장종환 메티메디제약 대표,

 -윤정원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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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대표=오늘 ‘바이오가 송도에게’라는 좌담회를 통해 제시된 대안이 인천경제청에서 향후 바이오프론트 사업을 추진할 때 어느 정도까지 반영될 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바이오산업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말한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의 약속이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먼저 송도 바이오의 신화를 쓰고 있는 셀트리온의 윤정원 부사장을 통해 송도 바이오의약산업의 발전상과 애로사항을 여쭙겠다.

 ▶윤정원 수석 부사장 =지난 2002년 송도에 들어와 이제 16년이 됐다. 바다를 매립한 허허벌판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송도국제도시의 변화를 셀트리온은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송도가 바이오단지로 특화될 것이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인프라 자체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시설 설립에 필요한 국내외 투자를 받을 때 정말 힘들었다.

 당시 물심양면으로 셀트리온을 믿고 도와 준 분들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현재는 출·퇴근 여건이나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큰 문제는 없다. 바이넥스와 같은 기업과도 협업을 펼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송도 바이오산업은 사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최고의 실적과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입주기업이 30여 개 사 안팎이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산·관·학이 긴밀히 연계된 모델에 대해 설명해 달라. 특히 지난 7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세포 유전자치료제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가 승인을 받았다. 어떻게 된 것인가.

 ▶김수정 소장=인보사는 사실 인하대학교병원에 근무하신 한 정형외과 의사가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골 관점염 환자 치료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의 생명공학자들이 협업해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인하대 의과대학이었다. 그만큼 R&D가 중요한 것이다. 송도바이오는 현재 생산 중심, 굴뚝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저희 회사도 송도에 공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땅값이 비쌌고,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해서 결국 다른 곳에 공장을 지었다. 생산공장 설립을 목표로 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생명공학연구소를 송도로 이전한다고 치면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송도에서 전문연구원을 구하기 힘들고, 서울에 있는 풍부한 연구 풀을 송도로 끌어 들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이오클러스터가 제대로 안착되려면 연구소가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 인천경제청은 이런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장종환 대표=현재 송도 IBS빌딩에서 창업을해서 항암제 개발에 중점을 둔 바이오텍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오송 바이오단지에서 송도로 넘어 온 경우인데, 2년 가까이 살아 본 결과, 현재까지는 난개발이 되지 않아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송도에서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천대 약대와 협업하기 때문이다. 가천대 약대에서 연구한 아이템을 우리 회사가 개발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중국이다. 현재 국내에는 해외 바이오산업계에서 종사했다가 국내로 복귀한 인력이 100여 명 정도 된다. 하지만 중국에는 4∼5천 명이 해외에서 들어와서 일하고 있다.

스케일이 큰 규모의 바이오산업을 중국이 이끌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 있는 연구원들은 송도로 건너와 협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홍콩 등 아시아 각국 투자자들의 송도 바이오에 대한 투자 의지도 높다. 이런 것을 연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GTX 송도국제도시 연결을 통해 공·항만에 이어 광역철도망까지 갖추게 된다면 서울, 오송처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정현용 대표= 마크로젠은 국내 최초로 바이오기업 중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현재 세계 바이오산업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정보의약과 맞춤형 의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송도도 여러 가지 생활 정보와 바이오를 융합하는 시범도시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송도에서 바이오 관련 실험이 자유롭게 진행되려면 규제는 풀고, 기업 지원은 늘려야 한다. 현재 송도는 개항기 인천항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쇄국정책을 쓰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책 없이 당할 수 있다. 바이오와 의료를 연결하고 기업과 병원, 연구소를 융합해야 세계적인 흐름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홍성용 전무=세계 주요 국가의 고객들을 현재 상대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송도와 오송 중 어디에 투자해야 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는 오송이다. 우리 회사도 미국의 생산기지를 이전할 때 첫 고려 대상은 오송이었다. 물론 이 시설은 자국 내에서 공급과 수요를 다 커버할 수 있는 중국에 짓게 됐다. 바이오 생산 관련 시설이나 교육이나 기술지원센터를 만들 때 국내외 고객들은 오성의 접근성과 인프라를 더 높게 사고 있다. 실제 송도로 회사의 생산시설을 송도 BRC 생산동에 짓기로 했을 때 총 5년이 걸렸고 250억 원을 들였다.

 하지만 인천경제청과 유관기관은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았다. 땅만 있고 아무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인력도 알아서 구해야 했다. 삼성과 셀트리온은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해 공급하고 생산설비와 판로도 다 갖추고 있지만 중소 바이오기업은 이런 측면이 너무 어렵다. 대기업 하나에 작은 기업 2∼3곳을 연계해서 동반성장하는 시스템을 초기부터 정착했으면 송도 바이오 생태계는 저절로 갖춰졌을 것이다. R&D가 없어 기울어 버린 싱가포르 바이오제약 산업의 역사를 송도는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이 대표=인천경제청이 토지 매각과 분양사업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중소 벤처기업 지원과 인력 지원에 더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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