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군 1명이 귀순한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북한군이 귀순한 사례가 종종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남한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영화보다 극적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엔사가 공개한 약 7분 길이의 영상에서 그는 지프를 타고 북한 구역 도로를 달려 남한으로 내려오던 중 북한 초소 인근에서 차량 바퀴가 배수로에 빠져 이를 버리고 군사분계선 남쪽을 향해 달아나다 북한군 추격조가 쏜 총알에 맞고 죽을 뻔했으나 우리 군의 도움으로 귀순에 성공했다.

 귀순 병사는 총상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해 한때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1인자’로 불리는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에서 힘겨운 수술 끝에 고비를 넘겼다. 그가 귀순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몰고 온 파장은 크다. 북한 귀순병사를 치료하면서 여러 구설수에 오르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논쟁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작심한 듯 국내 응급의료계가 직면한 암울한 현실을 털어놓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쏟아지는 응원에 힘입어 정부가 깎은 외상센터 예산을 증액시키는 놀라운 효과를 냈다.

 과연 그는 무엇을 꿈꾸고 남한으로 내려왔을까. 이 교수는 지난달 22일 2차 언론브리핑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북한 군인이 한국에 살면서 기대하는 삶의 모습은 자신이 다쳤을 때 30분 내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병원에 도착하면 골든아워에 치료가 이뤄지는 곳에서 살기 위해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1994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주인공인 앤디가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형무소에 수감돼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영화의 말미에서 형무소에서 탈옥하게 되는데 관객들은 그가 탈출하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간에게 자유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 지 고민해보게 된다. 그는 영화에서 탈옥하기 전에 감방 친구인 레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아마 최고로 좋은 걸 거예요.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우리에게 국가와 자유, 희망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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