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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전 한국학술연구원 부원장
정치지도자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는 선거민주주의는 근대 서구사회에서는 절대불멸의 보편적 선(善)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 정치에서도 1인 1표의 원칙에 근거한 선거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정치체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구식 민주제도의 거버넌스 위기로 인해 선거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구 세계 안에서조차도 긍정적인 모델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한 유권자들의 투표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으로 불리한 정책을 내거는 선동적인 포퓰리즘 정치가에게 쏠리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캐나다 출신으로 현재 중국 칭화대학 교수인 대니얼 A. 벨은 정치 지도자 선출과 관련해 그의 저서 「차이나 모델」에서 선거민주주의의 치명적인 네 가지 결함을 적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다수의 전횡으로 선거민주주의에서는 투표권이 바로 정치 권력으로서 유권자의 다수가 이 권력을 통해 나머지 사람들을 억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다수의 사람들이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타인을 억압하는 쪽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소수의 전횡으로서 미국의 경우 환경보호, 무기규제, 금융기관 등 분야에서 자금력과 조직력이 막강한 소수 이해관계자들이 무력한 다수를 물리치고 자기들 입장을 관철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에 대한 돈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민주주의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세 번째는 투표 집단의 전횡으로 유권자 집단과 주변집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 유권자 집단의 입장이 관철되기 마련이다. 그에 따라 투표권이 없는 미래 세대나 외국인들은 무시된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경쟁적 개인주의자의 전횡으로 선거민주주의에서 정치 권력을 향한 개방적 경쟁은 근거 없는 거짓 비방, 가짜 뉴스와 같은 네거티브 전략이 상용무기가 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격화시킨다.

 여기서 대니얼 A. 벨이 전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는 정치 지도자를 뽑을 시 현명하고 정당한 판단을 내릴 능력을 가장 잘 갖춘 인물을 어떻게 골라 내느냐 하는 점이다.

 한편 같은 맥락에서 일찍이 조선조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18년 불후의 명작 「목민심서」에서 ‘인사는 많은 일을 하는데 근본이다(人事爲萬事之根本)’라는 명언을 남겼다. 시공을 초월한 선견지명이요 혜안이라 하겠다.

 이들 두 석학은 중앙정부뿐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뛰어난 능력과 덕성을 겸비한 지도자를 임명하거나 선출해 권력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한 입장이다.

 우리의 경우 최근까지도 잘못 선출된 정치 지도자들의 부정, 부패, 무능과 무사안일로 인해 국정 문란이 초래되고 지방 발전이 저해되는 사례를 무수히 보아 왔지 않은가?

 인천시는 공항, 항만, 경제자유구역, 수도권 소재, 대북·대중 관계 등 발전 잠재력 측면에서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절대 또는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간 이러한 강점과 이점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전반적인 시정 평가에 있어서 부정적인 기류가 다소 많은 듯하다. 대규모 투자유치 사업의 차질과 무리한 간부 및 공기업 인사, 일부 포퓰리즘적인 허접한 정책 그리고 신정부 출범 후 미약한 중앙정부와의 연계, 정치력 미흡 등이 주된 원인이라 추정된다. 특히 지난 10월 송도 6, 8공구에 대해 국정감사장에서 발생한 한국지방행정 사상 초유로 발생한 목불인견의 상황은 시비직곡(是非直曲)을 떠나 많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인천의 품격도 지장(智將) 또는 덕장(德將)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장이었다.

 벌써부터 내년 6월 지방선거로 온 나라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인천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명하고 유능한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수준 높은 지방선거가 돼야 한다. 실증적으로도 정치지도자의 역량과 도시발전, 시민의 행복지수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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