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한 후 침몰한 낚시 어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생존자들은 아찔했던 당시의 순간에 몸서리를 쳤다.

이날 오전 6시 9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3.2㎞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가 급유선인 ‘명진15호(336t)’와 충돌해 뒤집히면서 13명이 사망하고 선장 등 2명이 실종됐다.

최초 생존자 중 한 명인 서모(38)씨는 사고 직전 동생 서모(36)씨, 후배 김모(27)씨 등과 선창1호 선미 화장실 쪽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고 한다. 배가 출발한지 5분여 지난 시간이다.

갑자기 옆쪽에서 커다란 배가 다가와 그대로 선미 쪽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3명은 충격과 함께 바다로 떨어졌다. 유조선을 향해 "살려 달라"고 외치던 그들은 구명조끼를 모두 입고 있어 물 위에 떠 있었던 데다 급유선에서 던져 준 그물망을 잡아 극적으로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생존자 송모(43)씨도 배가 뒤집힌 후 유리창을 깨고 수면 위로 올라가 구조를 받게 됐다. 하지만 송씨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마신 바닷물로 폐렴 증세를 보여 후송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로 구조된 생존자들은 모두 7명이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사고가 난 낚시 어선에서 갑판장으로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이모(41) 씨는 이번 출항이 마지막이었다.

최초 구조자인 서지원 씨는 "아침에 출항해 사고가 나기 전까지 갑판장인 이 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며 "내년부터 다른 일을 하게 돼 오늘이 마지막 출항이라 내일부터 낚시 어선 일을 그만 둔다고 했다"고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선실 내 문이 좁아 탈출이 어려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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