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5시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기흥고등학교 2층 ‘English Core’ 교실. 일몰시간이 빨라지는 겨울철인데다 흐린 날씨 탓에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이곳 만큼은 환한 불빛이 희망과 나눔을 속삭이듯 반짝거렸다.

교실은 삼삼오오 모여든 30∼40대 어머니 60여 명과 1학년생 20여 명으로 북적였다. 교실 한편엔 고춧가루, 포도엑기스, 액젓, 메줏가루, 찹쌀가루, 소금, 조청 등 요리재료와 용기 등이 쌓여 있었다.

교실 칠판에 내걸린 펼침막의 문구만이 이날 행사의 의미를 말 없이 얘기하고 있다. ‘2017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소통&공감) 위대한 유산, 전통 장(고추장) 담그기’.

용인 기흥고 학부모회가 도 교육청 공모사업을 통해 자녀들은 물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학부모회는 이날 전통 고추장 담그기 행사를 통해 직접 쑨 고추장 100통을 4일 푸드뱅크를 통해 관내 홀몸노인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포장상자에는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포도고추장♥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스티커도 곱게 붙였다.

학부모회는 수능을 앞둔 지난달과 6월에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달 13일에는 어머니들과 교사, 2학년 재학생들이 함께 행운팔찌를 제작해 고3 수험생들에게 전달했다.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 6월 2일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도 교육청 공모사업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아침밥 캠페인’을 진행했다. 꼼꼼한 시장조사를 통해 준비한 신선한 식재료에다 ‘자식사랑’까지 듬뿍 버무려 주먹밥을 만든 뒤 전교생 1천30명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학부모회는 도교육청이 주관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돼 150만 원의 예산으로 이 같은 사업을 진행했다. 물론 부족한 예산은 학교 측과 학부모, 프로그램에 동참한 사회적기업이 충당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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