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의 일반도로화 사업 착공 이후 첫 월요일인 4일 인천시 서구 석남동 일대 양 방향 구간에서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의 일반도로화 사업 착공 이후 첫 월요일인 4일 인천시 서구 석남동 일대 양 방향 구간에서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정유년(丁酉年) 한 해가 저무는 12월 첫 월요일인 4일 오전 9시. 경인고속도로는 지옥과 같았다. 도로 상·하행선은 차량들로 뒤엉켰다.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차량들로 곳곳이 아수라장이었다.

 경인고속도로는 지난 1일부터 전체 구간 중 서인천나들목에서 인천시점까지 10㎞가 일반도로화 됐다. 일반화 구간 중 서인천나들목에서 율도까지 약 1㎞ 구간만 제한속도 80㎞/h 구간이다.

 나머지 인천시점까지 9㎞ 구간은 60㎞/h다. 하행선 구간에는 전에 없던 단속 카메라가 4곳에 설치돼 있다. 평상시 속도를 내던 차량들은 당연히 거북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빨리 가려는 차량들의 무리한 차선 변경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정체 구간을 지나 속도를 내려는 차들은 갑자기 나타난 단속 카메라 앞에서 급정거하기 일쑤였다. 급격히 속도를 줄여 뒷차량과 추돌 직전까지 이르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단속 구간이 아닌 곳에서는 과속하는 차량들로 사고위험도 높았다. 출·퇴근 때 이 도로를 이용하던 시민들 입장에서는 ‘화(火)’가 치밀어 올라올 뿐이다. 누구를 위한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화인지 되묻는다. 정체된 도로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지나온 화물차량 운전자 A(38)씨는 "인천항과 지역 내 공단에서 전국으로 화물이 오고 가는데 가장 원활해야 할 고속도로를 일반도로화 시켰다"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는 "이 곳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왕복하는데 우리 같은 화물차 기사들은 속이 터져 미칠 지경"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인천항으로 출·퇴근하는 박수옥(52·여·부평구) 씨는 "경인고속도로가 일반도로화 되기 전에도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저속 도로’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 일반화 이후 제한속도가 낮아지면서 더욱 정체에 시달리게 됐다"며 "인천시의 경인고속도로 일반화가 진정 시민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졸속 추진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속앓이를 한 시민들은 "고속도로를 일반도로화 해 저속 도로로 만들어 놓고 왜 통행료를 받는 지 모르겠다"며 인천시가 말로 만 ‘시민’을 외치고 있을 뿐 정작 시민은 안중에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상우(31·남구) 씨는 "회사가 부천이라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일반도로를 지나 겨우 몇 ㎞를 더 갔을 뿐인데, 요금을 종전과 같이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통행료 폐지 없는 일반화는 시민을 우롱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인천시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추진단은 이날 상황에 대해 바뀐 도로 여건에 시민들의 적응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통행료는 폐지나 인하가 옳다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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