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12월, 벌써 중순으로 향한다. 국정농단과 탄핵,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올 한 해가 그 어느 해보다도 유독 숨 가쁘게 흘러간 것 같다.

 지난 주말 내가 속한 단체의 회장 이·취임식을 준비하면서 동영상을 만들었다.

 올 한 해를 훌륭하게 이끈 이임 회장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담는 일을 하다 보니 꼭 내가 영화 제작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작을 모두 마치고 나니 문득 나의 인생 드라마가 스쳐 지나갔다.

 반전에 반전을 일삼는 일명 막장드라마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내 인생도 그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각자 모두는 자신이 찍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다.

 영화는 찍다 잘 못되면 다시 찍을 수 있지만 우리 인생 영화는 한 번 찍고 나면 두 번 다시 찍을 수 없다.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찍었던 자신의 인생 드라마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십중팔구 다시 찍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는 훌륭한 우리의 인생 드라마를 찍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물론 잘 살아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그 어느 누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일을 모두 성취한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흥행까지 성공한 영화는 될 수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인들은 평생 어렵게 살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불우한 이웃이나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기부한 그런 사람의 영화.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가 대박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내 인생의 드라마. 특히 지난 주말 낚싯배 사고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되짚어 보고 내년에는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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