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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장
남에게 머리를 숙일 줄 알고 양보도 할 줄 아는 사람을 겸손한 사람이라 한다. 자신의 인품을 절대로 남에게 자랑하지 않으며, 고집 또한 부리지 아니하는 마음은 겸손과 통하는 마음이다. 겸손한 태도는 자기 자신을 평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친구와의 친근감과 마음이 서로 통해 사랑의 씨앗을 싹트게 하는 귀중한 생활 덕목이다.

 유대교의 경전인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자신에게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자리보다 조금 낮은 자리를 잡아라. 남으로부터 내려가라는 말을 듣느니보다 올라가라는 말을 듣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신은 자기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은 자를 낮은 곳으로 떨어뜨리고 스스로 겸손한 자를 반드시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린다는 내용이다.

 우리 속담에 ‘꽃도 열흘을 피지 못하고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 라는 말도 겸손할 줄 모르는 자의 앞날이 길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겸손이라 함은 나의 인격과 남의 인격을 함께 존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덕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다.

 겸양지덕(謙讓之德),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는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는 미덕을 의미한다. 이 말은 겸손하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높이는 일로서 우리 선비들이 실천한 겸손한 지혜의 선비사상이라 할 수 있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의연함은 자신을 견결하게 지켜나가는 삶의 자세와 실천이다. 겸손과 의연함은 동전의 양면처럼 인생의 덕목으로 실천한 선비 정신에서 우리가 이어받을 정신적인 자산이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당신이 오늘 베푼 선행은 내일이면 사람들에게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선행을 베풀라 했다. 마담 귀조는 겸손함은 반짝이는 빛이며, 겸손함은 정신이 지식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진실을 받아들이도록 준비시킨다고 했다. 공자는 위대한 사람의 말은 겸손하지만, 행동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남의 인격을 멸시하는 태도는 오만이라 하고 스스로 자신의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를 비굴하다고 한다. 오만한 태도가 나쁜 만큼 비굴한 태도 또한 나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귀중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비굴해서도 아니 되며 겸손하지 않을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사람은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가끔 친구와 싸우거나 흉보거나 또는 친구 앞에서 웃는 얼굴로 대하면서 뒤에서는 헐뜯고 흉을 보는 경향도 있다. 나를 낮추고 남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생활한다면 반드시 친구들 또한 나에게 좋은 인상을 받고 우정의 덕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항상 남을 존경하고 나를 낮추며 우애 있는 모습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 직장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흔히 ‘열매 없는 꽃은 심지를 말고 의리가 없는 친구는 사귀지도 말라’고 했다. 옛날 다정한 세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임금님께서 한 사나이를 급히 찾아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 사나이는 깜짝 놀라면서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인가? 혹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큰 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나서 도저히 혼자서는 임금님 앞에 갈 수가 없어서 가장 친한 두 친구를 찾아가 부탁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든 함께 하자고 약속을 해온 친구들이지만 실망이 컸다. 그러나 그다지 친하지 않은 세 번째 친구를 찾아가 부탁했더니, "함께 가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승낙을 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은 몇 번째 친구에 해당할까? 평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 대하기는 쉬우나 별로 가깝지 않거나 낯선 사람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공동체의 사회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쁜 일이나 즐거운 일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슬픈 일 괴로운 일을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친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자기를 낮추면서 상대를 높이는 품위 있는 행동은 바로 겸손과 의연함의 본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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