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보통 오전 5시부터 7시까지 대기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예 일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기도 한다"며 "주로 공사장에서 잡일이나 청소 등의 일을 하는데 하루 일당으로 10만 원을 받는다"고 씁쓸히 웃었다.
오전 5시 30분을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력사무실로 모여들면서 북적거렸다. 이들은 평소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우며 일거리가 배정되기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오늘은 일감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사무실 중앙에 있는 가스난로는 165㎡ 남짓한 사무실에 온기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사무실 구석 소파에 앉아있던 김모(50·용현동)씨는 인력사무소를 다닌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원래 비상발전기 점검 일을 했지만 회사가 어려워져 퇴직한 뒤 매일 이곳을 찾고 있다.
김 씨는 "이곳에서는 주로 건설현장에 나가 시키는 일을 하게 되는데 요즘에는 중국인이 많아 그마저도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며 "아내가 옷가게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백 기간에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일당 10만 원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소파에서 몸을 녹이던 김 씨는 "송도의 한 건설현장에 배정됐다"는 안내에 자리를 떴다. 김 씨를 비롯해 일찍 온 순서대로 사람들이 하나 둘 사무실을 떠나자 그때까지 일거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초조한 기색이었다. 자신에게도 연락이 올 것을 기대하며 그저 소장의 휴대전화만 바라볼 뿐이다.
강주호(35) 인력사무소장은 "보통 하루 평균 30명에서 40명이 일감을 얻고자 우리 사무소를 찾아온다"며 "날이 풀릴 때는 일감이 많은데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일거리가 30% 정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오전 7시 30분께가 되자 사무소에 남아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일감을 찾아 나갔다. 인력사무소를 찾은 30여 명 중 누구도 허탕치지 않고 모두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강 소장은 "겨울이라 일감 자체도 많이 줄었지만 인력사무소도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납된 금액을 받기 위해선 소송을 해야 하지만 건설사가 부도나기도 하고 소송 기간도 2년~3년이 걸려 실제로는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넘기기 일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거리를 찾아 나선 이들이 있던 인력사무소 빈자리에 밝은 아침 햇살이 비쳤다.
김태형 인턴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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