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예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자가 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지난달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천30만 달러(약 5천억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의 매입자는 사우디의 바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마드 왕자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바데르 왕자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신비로운 구매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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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데르 빈 왕자는 그리 유명한 왕자가 아니고 예술품 수집가나 재력가로서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경매 주관사인 크리스티가 낙찰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고 바데르 왕자도 NYT의 요청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우디 왕자가 엄청난 돈을 들여 다빈치의 미술 작품을 산 이유는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이 적지 않다.

NYT에 따르면 바데르 왕자는 경매회사에 "단지 5천 명의 사우디 왕자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빈치 그림이 경매에서 낙찰되기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초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로 왕족, 기업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진행됐다.

이런 점에서 바데르 왕자가 빈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NYT는 "바데르 왕자는 빈살만 왕세자의 친구이자 측근"이라며 "4억5천30만 달러짜리 작품 구매는 지금까지 숙청에서 선택된 인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살라토르 문디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개설된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 분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NYT는 아부다비 분관이 이런 소식을 알렸다며 "사우디 왕세자는 UAE 군주와 가까운 동맹"이라고 주목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올해 7월 바데르 왕자를 알올라 지역 개발을 목표로 새로 구성된 위원회의 수장에 임명했다.

고고학 유적지가 있는 알올라는 빈살만 왕세자가 관광지로 개발하기를 바라는 지역이다.

이 밖에 NYT는 바데르 왕자가 사우디에서 에너지, 재활용,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다반치 작품이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의 종교적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살바토르 문디는 다빈치가 500여 년 전 그림 예수의 초상화이다. 오른손을 들어 축복을 내리고 왼손으로는 크리스털 보주를 잡은 예수의 상반신을 담았다.

이슬람교는 기독교와 달리 예수를 구세주가 아니라 선지자 중 한 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선지자에 대한 예술적인 묘사를 신성모독으로 생각한다고 NYT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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