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인 정찬민 용인시장의 시정연설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정연설 서두에 촛불집회의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과 용인시의 슬로건이 일맥상통한다며 코드를 맞추려는 듯한 수사를 사용한 것이다.

정 시장은 지난 6일 열린 제220회 용인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용인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시작한 채무제로 원년인 2017년은 우리나라 전체로도 커다란 변화의 시기였다"며 "전국적인 촛불집회는 그동안 쌓여 있던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들의 통합된 열망의 표출이었다"고 말했다.

또 "광장의 촛불은 대내외적으로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자부심을 심어줬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정직과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큰 희망을 심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런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를 표방하고 있고, 올해 열린 제72차 유엔총회는 ‘사람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삼았다"며 "(이는) 우리 시의 슬로건인 ‘사람들의 용인’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정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민선 6기 용인시가 걸어온 길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고 전 세계가 똑같이 지향하고 있는 좌표"라고도 말했다.

이는 지난해 시정연설 기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정 시장은 "그동안 오로지 용인시민만을 보고 달려왔고 앞으로도 시와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설 것"이라며 시정운영 방향과 주요시책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 두고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촛불집회를 말하려거든 태극기집회도 언급해야 되는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옳은 말이긴 하나 정 시장한테서 저런 얘길 들으니 왠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을 이끈 역사적인 사건이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시장도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