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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설치된 생태통로 ‘여담교’의 모습. 사진=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야생동물의 단절된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 ‘생태통로’가 사실상 주민들의 산책로로 전락돼 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수원시에 따르면 현재 수원지역에는 광교신도시 택지 개발 및 광교호수공원 조성 등에 따라 경기도시공사가 지난 2012년 준공한 뒤 시에 기부채납한 총 3개의 생태통로가 설치돼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10년 택지개발 등으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단절될 경우를 대비해 야생동물 전용 통로를 만들도록 한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 지침’을 마련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해당 생태통로는 지난 5년 동안 야생동물의 이동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교량 형식으로 지어진 생태통로가 시가 조성한 둘레길인 ‘수원팔색길’로도 활용되면서 사람들의 통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수원시 이의동 일대 영동고속도로 및 국도 43호선을 횡단하는 ‘여담교’는 폭 32m 길이 237.2m 중 보행로와 야생동물 전용 이동로로 구분돼 있었지만, 수원팔색길은 걸어가는 주민들의 모습만 목격될 뿐 야생동물의 서식 또는 이용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야생동물 전용 이동로에도 야생동물의 흔적이나 이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와 족적판 등의 모니터링 장비는 설치돼 있지 않았고, 생태통로임을 알리는 주의사항 안내판은 겨울철인데도 수풀에 가려져 있어 방치된 지 오래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 생태통로의 북쪽 끝 지점은 급경사로 이뤄져 야생동물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광교호수공원 일대에 설치된 ‘꽃더미다리(폭 40m 길이 32m)’와 ‘새터다리(폭 50m 길이 52m)’ 등 다른 생태통로 역시 야생동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차량의 불빛과 소음을 차단하고 야생동물의 실족을 방지하기 위한 차단벽만 있고 정작 야생동물의 생태통로 이용 현황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 장비는 두 곳 모두 설치가 전무하며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 등도 미흡했다.

시민 이모(63)씨는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 생태통로를 이용해 산책을 하고 있는데 야생동물을 목격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여름철이면 간간히 보이던 꿩마저 사람들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야생동물들의 서식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됐고 연간 3차례에 걸친 조사에서도 배설물과 족적 만으로 생태환경을 확인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적은 수지만 고라니와 토끼 및 족제비 등 야생동물의 이용도 확인돼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태통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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