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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 /사진 = 연합뉴스
인천지역 경찰 간부들의 사고가 이어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정신건강 보호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낮 12시 28분께 이 경찰서 소속 A(55·경정)과장이 청사 4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A과장은 가슴 등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오후 8시 10분께 끝내 숨졌다. 최근 한 달 만에 지역 내 경찰 간부가 숨진 사고는 이번으로 4번째다.

이를 두고 일부 지역 경찰들은 간부가 받는 업무 스트레스 등이 상당한 반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는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실적을 내야 하는 부서의 경우 부담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인천의 모 경찰서 관계자는 "계급마다 느끼는 스트레스가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간부들은 서장 결재를 받을 때 실적이 저조하면 위축되고 책임감을 느끼는 등 압박이 더 크다"며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누구에게 털어놓거나 활력을 찾을 방법이 거의 없다보니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도 계속 악화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찰 무도훈련이나 직장훈련 등 정기적으로 다른 경찰들을 만날 기회는 있지만 서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화는 거의 오가지 않는다. 이들 행사는 대부분 형식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마음동행센터(옛 트라우마센터)도 남의 시선이 두려워 가지 못한다.

혹시라도 정신 상담을 받았다는 소문이 날까 아예 가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지역의 한 경찰관은 "센터가 경찰 집단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마련해 계급별, 또는 연령별로 정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부담 없이 개개인이 정신 상담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에게도 하지 못하는 얘기를 같은 처지에 놓인 경찰끼리 대화하고 풀어낼 수 있도록 인천경찰청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제도 개선과 프로그램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A과장이 청사 4층 강당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과장은 발견 직전 4층 강당에 혼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투신인지 실족인지는 좀 더 확인해봐야 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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