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고등학교 무상급식 재원 분담을 놓고 갈등 중인 가운데 시의회 예결위가 시교육청과 합의 없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상급식은 국비·시비와 함께 시교육청 예산이 매칭돼 운영되는데, 재원 마련 방안과 분담비율을 어떻게 할지를 시·군·구와 교육청이 합의한 뒤에 예산을 편성하는 게 순서다. 그럼에도 시가 교육청을 무시하고 예산을 시의회에 요청한 행위는 비민주적이며, 소통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예산의 심의·의결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진행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9월 발표한 무상급식 조기 시행 정책은 정부가 추진하는 ‘2020년 단계적 고교 무상급식’보다 앞서 시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교육청과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정책인데다 재원의 대부분을 시교육청이 부담하는 구조여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시가 제시한 고교 무상급식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취약한 재정 문제 탓에 재정분담 비율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이 동의하면 10개 군·구의 관련 예산 편성을 거쳐 내년 신학기부터 시행할 수 있지만 끝까지 동의치 않을 경우 재의 요구와 기관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고교 무상급식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고교 무상급식 예산이 이대로 의회를 통과한다면 교육청은 다른 교육 예산을 줄여 급식 재원에 충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에 시달리는 교육청의 급식에 따른 추가 재원 부담은 그만큼 교육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교육 여건 개선 등 다른 교육 예산을 무리하게 희생하면서 추진하는 고교 무상급식은 결코 아이들을 위한 일이 아니다. 부실한 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시교육청이 극력 반발하는 이유다. 고교 무상급식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시기의 차이일 뿐 당연한 수순이다. 시의회는 협의되지 않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 권한을 남용할 것이 아니라, 시와 교육청, 군·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도출해 무상급식 정책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권고해야 한다. 시교육청의 고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시행에 나서도 늦지 않다. 일방적인 진행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교육은 시와 시교육청이 함께 풀어나가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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