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로 살고 있니
김숨 / 마음산책 / 1만3천800원
그는 작품 ‘L의 운동화’에서는 한 개인의 사적인 물건이 시대의 유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짓밟히고, 부서지고,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려는 마음을 복원하고자 했다. ‘한 명’에서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온몸으로 써내려가며 개인과 공동체, 기억과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을 한국문학에 선물했다. 최근 동물과 이혼을 소재로 한 2권의 소설집에서는 여성적 감각으로 시대를 묘파해냈다. 이 같은 개인과 시대를 향한 작가의 여정은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산,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까지 평단과 독자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번 작품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작가의 믿음직한 행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 하다. 고대의 능이 삶의 고락을 가로지르는 도시 경주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여자 배우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돌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560여 매 가량의 편지 형식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듯, 삶을 영위했던 ‘나’와 죽어 있으나 여전히 살이 있는 듯한 ‘그녀’가 교감하는 이야기들,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문체로 촘촘히 수 놓인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육체와 정신, 여성성의 문제들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은유로서 한 편의 산문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여기에 주목받는 신예 화가 임수진은 목판화가 주는 질감과 색채로 이 책의 예술성을 한껏 드높였다. 24점에 달하는 목판화들은 고유의 서정으로 소설이 구현한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나’는 대만에 살고 있는 민으로부터 "너는 너로 살고 있지?"라는 전화를 받는다. ‘나’는 배우로서 적합하지 않은 성정을 지녔지만,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왔다. 한 번도 주인공이 돼 본 적 없는 무명인 ‘여자5’. 이마저도 무대에서 발작을 일으킨 후 돌연 삶을 정리한 채 난생 처음 경주로 내려온다.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생면부지의 한 여자를 간호하기 위해서다. 나는 친자매보다 더 그녀와 닮아 보인다는 타인의 말을 들을 정도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살아 있지만 죽어 있고, 죽어 있는 듯 하지만 살아 있는 그녀를 보살피며 나는 잃어버렸던, 혹은 죽어버렸던 ‘나’라는 존재를 찾아간다. 단지 ‘여자5’였던 내가 나의 존재를 찾고 그녀 또한 족쇄로 남은 삶을 극복할 수 있을까.
반퇴의 정석
김동호 / 중앙북스 / 1만5천 원
지난 2009년 유엔은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2020년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했다. 소수의 사람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100세 장수가 일반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수명이 길어지고, 먹고 살기는 더욱 막막해지는 현실을 진단한다. 그리고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채 은퇴 후 소득이 불분명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우리에게 노후의 삶을 현명하게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전한다.
김동호는 퇴직을 해도 자신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해 일하는 인생 이모작 시기 ‘반퇴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아울러 7가지 반퇴의 정석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은퇴 크레바스를 피할 수 있도록 이끈다.
모든 것이 되는 법
에밀리 와프닉 / 웅진지식하우스 / 1만4천800원
영화와 법학, 음악, 디자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길을 걸어온 다능인인 저자는 다년간의 카운슬링과 인터뷰를 통해 다능인들의 몇 가지 중요한 유사점을 공유한다.
그는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모든 열정에 지속 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는 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장에서는 그동안 산만하고 끈기 없다고 핀잔 받았던 다능인만의 능력을 세상이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알린다. 2장에서는 다능인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네 가지 패턴을 정의하고, 3장에서는 일상에서 효율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오갈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두려움과 비난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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