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jpg
▲ 임지훈 인천시 부평구의회 의장
우리나라는 제헌헌법 이래 지방자치를 헌법으로 보장해 왔으며, 1952년 4월 읍·면 의회선거로 지방자치의 첫걸음을 디뎠으나 5·16 이후 폐지됐다가 30년이 지난 1991년 지방의회 재출범과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고, 그동안 일부 사무의 지방 이양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일부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역대 정부에서 모두 국민의 소망을 외면한 채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국가 운영 방식을 고수해 왔다. 2016년 지방자치발전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국가와 지방 간 사무 간 효율적으로 배분해 국가사무와 지방사무가 50%대50%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가와 지방사무가 80%대 20%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국가가 직접 처리하는 사무도 71%에 이르고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과 그 대표자들이 참여해 공동문제를 처리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각 지역의 실정에 부합하는 행정을 펼칠 수 있고, 전국적이고 국가적인 사무는 국가가, 주민생활과 밀접한 지방적인 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분담함으로써 분업을 통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는 각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조건 및 공동체를 바탕으로 지역만의 고유한 특수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가 어렵다. 현행 헌법에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제117조와 제118조 두 개의 조항에 불과해 진정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실현을 뒷받침할 수 없고,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를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사무를 집행하는 하부기관 정도로 여기고 있다. 중앙정부는 권한집중으로 과부하에 걸리고 지방정부는 제도의 미비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6년 동안 중앙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만한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쌓아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지방자치의 경험을 살리고 지역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한다. 첫째 자치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 자치입법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사무의 처리를 위해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헌법 제117조와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법률뿐만 아니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하여도 제약되고 정부 각 부처의 의사에 따라 입법권이 통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자치조직권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은 헌법 제118조, 지방자치법 제112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행정기구의 개편이나 기관 구성, 지방의원의 수와 같은 중요한 사안은 거의 모두가 국가 또는 중앙정부의 소관업무이거나 승인 사항으로 규정해 통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원 및 조직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 지역의 여건에 맞는 조직을 운영할 수 있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행정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치행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무 중 국가사무가 80%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자치행정권의 확대는 결국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고 중앙정부는 국가적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자치재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자치재정권의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서 새로운 세목과 세율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해야 한다. 현재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 비율을 20%까지 높이고 단계적으로 OECD 평균인 40%까지 확대하는 등 현재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80대 20에서 60대 40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다섯째, 지방의회의 인사권을 독립시켜야 한다.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관한 인사권은 지방의회 의장이 갖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국가운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자치권 보장을 위해 지방분권형 헌법으로 개정해 나가고 있다.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를 가장 훌륭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과제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