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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숲속의 왕은 늙은 사자였습니다. 그러나 병이 들어 집안에서만 지내자, 많은 동물들이 문병을 왔습니다. 그런데 여우만은 문병을 오지 않자 화가 난 사자가 늑대에게 물어보니, 늑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우는 평소에도 대왕님을 미워했습니다. 그러니 대왕님이 빨리 죽기만을 바랄 겁니다."

 사실 늙은 사자가 죽은 후에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동물은 여우와 늑대뿐이었습니다. 그러니 늑대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여우를 이번 기회에 제거해버릴 심산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마침 여우가 문병하려고 오던 중에 늑대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방에 들어가자 사자는 여우를 노려보았습니다. 여우가 입을 뗍니다.

 "대왕님, 대왕님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문병을 온다고 해서 대왕님의 병이 회복될 리는 없을 겁니다. 문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왕님의 건강회복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다니며 명의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래서 결국 대왕님을 살릴 수 있는 명의를 찾았습니다."

 이 말에 사자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그래, 어떻게 해야 한다고 그러더냐?"

 "네. 살아 있는 늑대의 가죽을 벗긴 후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 때 그것으로 대왕님의 몸을 덮으면 낫는다고 합니다."

 재밌는 우화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던지는 비난의 목소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 역시도 그런 경우가 참 많지요.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당시 그 사람들의 속마음을 아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비난을 하는 사람은 결국 늑대와 같은 종말을 맞이할 겁니다. 그러나 비난을 듣는 사람 역시 조심할 필요가 있겠지요. 비난을 비난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이 패를 나누게 함으로써 결국 집단은 큰 혼란 속에 빠질 테니까요.

 그러나 타인의 비난을 수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성장할 겁니다.

 「CEO의 경영우언」이란 책에서 저자는 "CEO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휴가 때가 되면 낚시를 함께 갈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포진시키면,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개성이 강해서 불쾌감이 들 정도로 직언을 하는 그런 사람들의 말이 진실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치 몸에 좋은 약은 쓰듯이 말입니다.

 비난을 수용하려면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새끼낙타가 엄마낙타에게 자신의 긴 속눈썹에 대해 불평하니까, 엄마는 "사막에 모래폭풍이 올 때, 우리의 속눈썹이 방향을 쉽게 찾도록 돕는다"고 말해줍니다. 새끼가 자신의 등이 불룩 솟아나온 낙타봉이 보기 싫다며 불평하니까, 엄마는 "그곳에 물과 영양분을 저장해두었다가 사막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없을 때도 오래 길을 가도록 돕는다"고 가르쳐줍니다.

 새끼가 발바닥이 넓고 두꺼워서 예쁘지 않다며 투덜대자, 엄마는 "우리의 무거운 체중 때문에 발이 사막의 모래 속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 또 먼 길을 갈 때에도 발을 보호해주는 것이 바로 넓고 두꺼운 발바닥이다"라고 설명해줍니다.

 그제서야 새끼낙타는 깨달았습니다. 자신들이 그렇게도 장점이 많은 동물이었다는 것을요.

 행복감은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어도 수월하게 가질 수 있는 행운인 듯싶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비난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내’가 비난을 받는 입장이라면 그저 받아들이고,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면 될 테니까요. 이것이 엄마낙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가르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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