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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시진핑의 책사라고 일컫는 왕후닝은 자신의 저서 ‘정치적 인생’에서 정치가에 대해,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至死不渝)갖고, 동서양 학문에 통달한(學貫中西) 지식을 갖췄으며, 숭고한 덕행으로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는(高山仰止) 인격을 갖추고, 높고 먼 곳을 내다보는(高瞻遠촉) 시야를 갖고,백 번 꺾여도 휘지 않는(百折不撓) 의지를 갖고,온갖 냇물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은(海納百川) 도량과, 대세를 파악하는(縱覽全局)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설파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정치가는 신념, 지식, 인격, 시야, 의지, 도량, 대세파악능력 등을 갖춘 지도자를 말한다. 이러한 사고를 갖춘 왕후닝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권위주의적 지배를 지지했다. 그는 점진적으로 공산당 내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전 사회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싱가포르 리콴유처럼 독재 정치가와 시장경제를 결합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권력은 시진핑에 집중돼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다. 현재 시진핑은 중국 권력을 집중적으로 행사하는 지도자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대통령은 의회에서의 소수의석을 점하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인데,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마다 야당의 견제가 보통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이 만난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방중길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한편 문 대통령의 방중을 바라보는 미국 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음치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과 많은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냉전적’인식을 보이고 있어, 상황이 미묘하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한 직후이기 때문에 묘한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미동맹의 균형추가 깨어질 것인지, 아니면 한중관계가 한미관계보다 더 가까워질 것인지를 숨죽여 보고 있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3불’ 입장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이견에 대해서도 코드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왕후닝이 이야기하는 정치가의 덕목을 갖춘 지도자일까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려고, 난징대학살 80주년 기념식에 노영민 주중대사를 급파했다. 중국인들과 과거 역사에 대한 동질감을 표시함으로써, 극일이라는 입장을 공유하고자 했다. 미국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약간의 반미가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신념, 지식, 인격, 시야, 의지, 도량, 대세파악능력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과정에서 나타난 한반도 평화 4원칙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이와 같은 대세파악능력을 갖춘 지도자들이 해야 할 평화의 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용납 못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확고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4원칙에 대해 시진핑이 합의를 해준 것도 시진핑의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춘 결과라고 보여진다. 소중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미국은 평화 4원칙에 대해 불만이다. 북한이 미국의 안보를 해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인 트럼프, 시진핑, 문재인이 벌이는 한반도 평화에의 소망이 한결같았으면 좋겠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어떠한 이유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정치가로서의 덕목을 갖춘 지도자로서, 더욱 세심하게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시 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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