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생활의 변화는 물론 미래산업의 다양한 기술 등이 현실로 와 닿고 있다.

 본보는 지난 10월부터 핫 이슈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스마프 팜 등을 주제로 12명의 국내 전문가를 만나봤다.

 이를 통해 경기도가 왜 4차 산업혁명의 혁신 중심도시인지,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전초기지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경기도의 풍부한 R&D 인력과 다양한 첨단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IT 클러스터 판교제로시티(‘ZERO’는 규제, 사고·위험, 미아, 환경오염, 탄소배출이 없는 도시를 의미) 조성을 통해 경기도의 미래 비전과 잠재력, 발전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에필로그>

4차 산업혁명은 현대 기술의 총아다.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치며 인공지능의 기술 도약을 전 세계에 알렸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빅데이터 활용도 보편화 됐다. 드론과 자율주행차는 이미 일상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경기도는 2019년을 목표로 판교제로시티에 자율주행차 실증단지 구축을 추진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및 플랫폼을 선도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자는 ‘경기 정명(定名) 천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경기도의 준비 상황과 과학기술 클러스터의 성과, 장기 비전을 들어 보기 위해 경기연구원 이정훈 연구기획본부장을 만나봤다.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학사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한 이 본부장은 2008년 4월부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뒤 2012년 경기연구원 창조경제연구부장과 전략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경기도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우리나라와 경기도의 새로운 천년을 여는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며 "4차 산업혁명을 구호로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실험과 실증을 통해 각 나라의 여러 도시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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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경기도의 인프라와 추진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경기도는 4차 산업혁명 추진을 위한 기본 전제, 즉 기술적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인프라, 법 제도, 활동 등 혁신 역량 1위를 기록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가장 잘 집적돼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지식기반 제조업의 약 40%, 첨단산업의 약 30%, 총 연구개발비의 48.7%(63조 원 중 31조 원), 전국 연구원 수의 35.9%인 약 15만 명이 경기도에 근무하고 있다. 지식기반 제조업의 경우, 전자정보기기 사업체가 49.5%(종사자 42%), 반도체 사업체 50.1%(종사자 60.8%), 메카트로닉스(기계·전기·전자를 복합적으로 적용한 공학·mechatronics) 사업체 41.3%(종사자 44.5%)를 갖추고 있다. 첨단산업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체 30.4%(종사자 32.7%), 나노 기반 사업체 30.6%(종사자 39.7%)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는 크게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팩토리’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축으로서 개발하고 있다. 먼저 스마트 시티 사례는 그동안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이곳 제로시티에서는 세계 최초의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자율자동차 실증단지를 조성해 혁신적 산업생태계와 스마트시티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자율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교통 및 서비스의 구조를 변화시킬 핵심기술이다. 판교에서는 5G 통신 기반 자율자동차 시험 및 연구개발, 창업, 데이터 공유 플랫폼 등을 통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혁명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경우 안산 사이언스밸리가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이곳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 혁신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실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경기천년 중장기 비전과 전략은

▶기술혁명이 생산성 등 경제력 향상 뿐만 아니라 역사 전체의 발전을 주도하는 시작점에 와 있다. 경기도의 중장기 비전은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해 ‘도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는 것이다.

 경기도의 혁신기술, 기업, 빅데이터, 클러스터, 도시공동체, 협력적 거버넌스의 조화를 통해 사회문제 해법을 찾아냄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자동, 초연결, 초지능 시대에 대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도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Test Bed)를 조성해야 한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먼저 교통과 도시 혁신을 위해 판교제로시티 자율자동차 테스트베드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경기도의 도시 교통과 물류 등 서비스업 혁신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또 제조 혁신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 힘써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조혁신이 필수적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단순히 공장 자동화를 넘어 시장의 수요와 제품의 생산, 재고관리 등의 전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도화된 개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제조업은 각 공정별 자동화 단계에 그쳐있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아 3D 프린터와 로봇으로 실시간 제조, 24시간 내에 배송하는 스피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수준에 올라 있다. 우리도 경기도에 집적돼 있는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 보급 확산 프로그램을 통해 제조 강소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해양오염 등 환경문제 및 도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Healthcare)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구축한다면 주요 원인을 저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점적으로는 기술을 비즈니스와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스마트 시티’와 ‘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판교, 광교, 광명·시흥, 일산, 양주, 구리·남양주 북부 테크노벨리 등 경기도의 혁신 클러스터를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 베드로 조성해 도민 행복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도의 주요 혁신 클러스터는 각 분야의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서 ‘공유 및 혁신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 밖에 강조해야 할 분야는 교육과 인재양성이다. 교육 및 인재양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책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분야다.

기술이 무한히 발전해도 결국 그것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고 그 수요자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판교, 광교, 안산 사이언스벨리 등 혁신 클러스터의 성과와 장기 비전은?

▶경기도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4차 산업혁명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육성해 경기도 전역 및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판교 테크노밸리 내 기업 수는 1천306개이다. 이 중 84.4%인 1천108개의 기업이 본사를 판교에 두고 있다. NHN, 넥슨코리아, 안랩,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SK케미컬 등 주요 기업의 본사가 입주해 있다. 정보통신기술 등 첨단 업종이 96% 이상을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 첨단기술의 심장부이자, 미래 성장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시 근로자는 총 7만4천738명이며, 20·30대 비중이 71%로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매출액은 약 77.5조 원으로 2013년 50조 남짓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적인 성장을 통해 판교 테크노밸리는 제로시티 조성 및 자율자동차, 빅데이터, 바이오 산업 등의 메카이자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판교의 성공모델을 광명·시흥, 일산, 양주 및 남양주·구리 테크노밸리에 이식해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의 엔진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교 테크노밸리는 바이오·융합기술혁신의 거점으로, 안산 사이언스밸리는 스마트 제조업 거점으로 각각 한국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다. 광교 테크노밸리에는 나노, 바이오, 융합기술 등 첨단업종의 217개 기업, 3천737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이곳을 바이오산업의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입주기업 224개, 1천378명이 일하고 있는 안산 사이언스밸리에는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정보산업진흥센터, 한양대 ERICA 창업보육센터 등 육성기관이 있다. 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양대학교, LG이노텍, 고대 안산병원 등이 혁신활동에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안산 사이언스밸리의 연구개발특구 지정으로 미래 성장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경기도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제언

▶지금까지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하나의 지자체였으나 앞으로 세계적인 대표 스마트 도시로 부상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글로벌 시티 팀 프로젝트(Global City Team Project)를 추진해 전 세계 100여 개의 지방도시가 모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공유·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 도시들이 고민하는 사회문제는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교통, 환경, 건강, 에너지 등의 분야와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개방, 공유,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지므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도시,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경기도는 각 도시와 기업, 연구기관이 협업하는 ‘스마트 시티’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31개 시·군의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은 물론,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의 스마트 시티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경기도의 스마트시티·4차 산업혁명 거버넌스를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구심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도와 관련 공공기관, 시·군,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 거버넌스 조직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미래기술 혁신을 위한 공유적 시장경제 정책으로는 협력적 이노베이션 플랫폼 조성이 필수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지식과 기술의 공유를 통한 이노베이션 추구는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의 말처럼 소수의 강력한 플랫폼(디지털 및 산업)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과 사회적 위험간 균형을 위해서는 개방(openness)과 공유(Sharing)의 협력적 혁신(collaborative innovation) 기회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즉 ‘협력적 혁신 공유 플랫폼’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분야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참여해 플랫폼을 공유하고 협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혁신의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경기도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생산을 담당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인 스마트 팩토리와 소비 및 생활 혁신 플랫폼인 스마트 시티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 도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 성장문제, 일자리 감소 문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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