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판 터 테마파크·도시개발 사업이 멈춘 지 내년이면 10년째다. 사업주체도 대우자동차판매㈜에서 부영그룹으로 넘어갔다. 부영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기반시설 사업비 분담부터 소극적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시민들 눈에는 부영의 사업 추진 의지가 영 미덥지 않다. 테마파크는 대충 넘어가고 아파트 개발사업에 눈독 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본보는 지역과 부영의 상생의 길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 송도 테마파크와 도시개발이 지역과 상생하며 함께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18일 사업 터가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 송도 테마파크와 도시개발이 지역과 상생하며 함께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18일 사업 터가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부영그룹의 관심사는 송도테마파크가 아니다. 이웃한 터의 도시개발 사업이다. 7천200억 원을 테마파크에 쏟아 붓는 것도 아파트 지어서 분양과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테마파크·도시개발 사업계획을 낼 때 인천시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임대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시가 거절했지만 부영은 욕심은 버리지 않았다. 지난 9월 부영은 중대형 아파트를 중소형으로 바꿔 기존보다 1천40가구 많은 4천960가구를 짓겠다는 도시계획 변경안을 연수구에 냈다.

계획인구는 1만193명에서 1만2천500명으로 늘렸다. 부영의 욕심은 시 공무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 이 회장의 땅 욕심은 대단하다고 알려졌다. 부영의 의사결정권은 이 회장이 독점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손에 쥔 땅을 다시 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아직도 30만 원 이상 회식비 결제를 이 회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실무자들과 협의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귀띔했다.

계획대로면 테마파크는 올해 안에 착공해 2020년 2월 문을 열기로 했다. 환경 문제(매립폐기물·토양오염)가 떠오르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부영은 지금 2023년 2월로 사업 기간을 늘려 달라고 하지만 시는 받아들이지 않을 입장이다. 그러면서 시는 환경·교육환경 영향평가를 마치면 테마파크 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다시 신청하게끔 편의를 봐줬다.

안타깝게도 테마파크 완공이 조건인 도시개발 사업은 어려울 전망이다. 도시개발법상 취소된 사업을 다시 ‘되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부영이 원하던 아파트 사업은 못하고 테마파크만 짓는 셈이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부영은 손을 뗄 수도 있다. 송도유원지에 테마파크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 있다.

이 회장은 2015년 12월 28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송도유원지 일대 인천시민 숙원사업인 테마파크 건립을 도시개발보다 먼저 추진할 계획이다"며 "테마파크 사업을 통해 한류 관광객 유치에 기여하고 시민들에게 여가공간을 제공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사업기간 연장이 꼭 이뤄지길 강하게 바라고 있다"며 "연장이 되면 시민을 위해 사업을 하려는 의지는 확실하고 사업 취소를 현재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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