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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교수

지난 13일부터 3박 4일간 문재인 대통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국빈 방문한 업무로 뒷담화가 참 무성하다. ‘국빈이 맞나?’부터 ‘왜 이리 서둘러 가야 했나?’까지 ‘잘했니?, 못했니?’ 온통 나라가 난리다. 이번 외교적 문제 발생은 중국 측의 의도적인 의전결례(儀典缺禮)가 한국 모욕주기로 시작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점이다.

 역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경우에 중국 측은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의 영접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차관보급(외교부 부장조리)이 영접하는 결례를 범하는 등 한국에 대한 중국의 푸대접이 예상됐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 시에는 왕이 부장 즉 장관급이 나왔던 점과 비교하면 외교부의 소홀한 의전업무에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시진핑 등 권력서열 1~3위가 베이징을 비우는 등 방문시기 조율에도 허점이 보인 것으로 보인다. 도착일 국빈만찬과 정권2인자의 오찬이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거부된 스케줄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청와대와 외교부의 무능력과 불성실이 전제된 것으로 장관은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져야 할 것이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문 대통령 내외가 14일 아침을 베이징 서민식당에서 빵과 두유로 조식을 했다는 것이다. 문화체험적 뉴스를 통한 한중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담은 행보로 보기에는 다소 저급하게 보였다.

 심지어 중국 언론매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방문 소식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 점도 의도적인 뉴스 통제로 추정할 수 있다. 심지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문 대통령 방중에 성의를 다하고 있는데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고 반협박성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방중 전 12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중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일개 아나운서가 한국의 사드 관련 한중 갈등 현안에 대해 ‘3불(三不)’을 언급하면서 약속을 강요하는 오만불손함을 저지를 때 방중의 심상치않은 기류를 예견했어야 했다.

 한국 방문 홀대의 방점은 동행 취재기자에 대한 중국 경호원의 집단폭행 사건이었다. 취재진을 폭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마디로 전반적인 홀대의 시리즈였다고 할 것이다.

 중국이 보여준 의전관례와 방문 결과는 중국 정부의 반한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가를 체감할 수 있었지만 한마디로 중국은 ‘멀었다’라는 촌평을 하고자 한다. 왕이 부장이 보인 싸가지 없는 행동은 우리 국민이 잊어서는 안되고 꼭 되갚아주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중 결과를 살펴봐야 하는데 경제관계 회복에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드로 꼬인 매듭의 첫 실타래를 푼 것으로 본다면 굴욕을 당하면서 국익 차원의 외교적 성과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성과라면 사드 갈등의 진행선상에서 시기적으로 풀려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인지 청와대의 오판을 검토해봐야 한다.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 결과물로 나온 4대 원칙(전쟁불가, 비핵화, 평화해결, 남북관계개선)합의는 알고 보면 현실적인 실리가 없는 추상적인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면으로 성과로는 미흡한 점이 엿보인다.

 우선 ‘전쟁불가’는 적인 북한의 의지 여부인데 선언적으로 되는게 아니다. ‘비핵화’는 이미 6차 핵실험을 마친 북한을 비핵국가로 취급할 수 없는 시기상조의 용어라는 것이다. ‘평화해결’은 뜬구름 같은 문학적 수사이고, ‘남북관계개선’도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서 속수무책 바라만 봐야 하는 무책임한 합의인데 이 정도가 대단한 한중 정상회담 성과라면 청와대와 여당의 평가는 냉정을 잃은 자화자찬이 아닐까?

 그러나 사드로 꽁꽁 얼었던 한중 관계를 해빙으로 물꼬를 튼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상하면서 끝낸 인내의 방중에 전혀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과 연계된 한국 경제의 성장과 활력을 위해 대통령이 감내한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 이제 중국과의 후속조치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외교당국은 냉정히 중국 외교당국에 의전적 결례와 기자폭행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와 처벌 그리고 사과는 당당히 요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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