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jpg
▲ 백승호 인천백병원 원장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부위 중 하나는 손이다. 손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사랑, 온기, 나눔 등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람에게 손은 노동의 기본요소이며 생명을 유지하도록 돕는 충실한 ‘섬김이’의 역할을 한다. 전신의 건강을 위한 도움이 역할로서 손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관여되는 단골고객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능력범위 이외의 기능을 하게 되고 원치 않는 복병인 병을 맞이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서민들에게서 한 번쯤 경험하는 손 저림은 삶의 열심을 증거 하는 증거물이 되기도 한다.

# 부지런해서 생기는 병, 손 저림

부지런해서 생기는 병, 손 저림의 공식 병명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과거에는 김장철이나 시장 상인, 50대 이상 여성들이 많았다. 또한 수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손기술을 사용하는 제조업 등과 같은 공장 노동자에서도 많이 발병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의 업무 대부분을 컴퓨터를 통해 처리하는 젊은 층도 손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손목터널증후군은 외적으로 보여 지는 증상이 없어 ‘티 나지 않는 고통’으로 끙끙 앓다가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손목 부분이 찌릿찌릿해지거나 멍한 경우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우선 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만치 않는 것이 현실인 바 이를 참고 지내는 것이 문제가 된다. 손 저림은 원인이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과도한 손목의 사용으로 인해 손목부위를 가로 질러가는 가로 손목인대가 두터워 지면서 인대 아래로 내려가는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생기는 병이다.

# 손 저림의 정확한 증상·진단

증상은 엄지손가락에서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까지 저림이 나타나며 자다가 깨든지 물건을 쥐고 있다가 손이 저려 오래 쥐고 있지 못하고 손을 털어야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래 방치하면 손바닥 근육이 위축이 오고 손가락 감각이 사라지며 힘이 없어지는 합병증이 발생한다. 또한 젓가락질이 힘들거나 가벼운 물건을 드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손에 힘이 없어지면 계단을 오르거나 차에 탈 때 손의 힘이 없어 몸을 당겨 올리지 못함으로 낙상하는 사고로 이어져 위험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자가진단방법으로는 양 손목을 구부려 가슴 앞에서 겹쳐 손등을 서로 붙이고 30초간 유지하거나 손목의 중앙부를 1분간 누르거나 톡톡 두드려줬을 때, 손 저림 현상이 나타나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아니므로 의심이 될 경우에는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 본원의 경우, 초음파 검사와 적외선 체열검사를 통해 진단을 한다. 초음파 검사의 경우, 정중신경이 횡수근 인대 부위에서 상대적으로 납작해져 모래시계 모양이 확인될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으며, 적외선 체열검사는 근전도 검사보다 비 침습적이기 때문에 예방적·검진적 진단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 손목터널증후군의 대처방법

외부적으로 티가 나지 않는 손 저림 증상이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을 권유한다. 심한 경우 간단한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나 너무 오래 방치 시 합병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봄과 가을 한번은 확인하고 지나가야 할 질병이다. 반복적인 사용 시 보조기를 착용하든지 손목 스트레칭을 통해 손목 관절의 피로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손은 항상 사용을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양 손을 깍지 껴서 손바닥이 정면으로 향하게 하여 뻗어 5~10초간 밀어주고, 반대로 손등이 정면으로 향하게 해 같은 방법으로 3~4회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을 권한다.

병중에는 게을러서 생기는 병이 있고 과도하게 사용해서 생기는 병이 있다. 운동을 하지 않아 생기는 병이 비만 관련 질환이라면 너무 열심히 살아서 생기는 병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중 이런 분들을 볼 때 그들의 삶이 달라 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존경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대상포진이나 통풍과 같이 아파도 티가 나지 않지만 우리네 서민들이 가정을 위해 노동을 하고, 가사를 하며 발병할 수 있는 손 저림은 초기 대처에 따라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도움말=인천백병원 백승호 원장>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