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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 동삭동 소재 A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인상작업 중이던 크레인의 지브(붐대)가 부러져 옆건물에 걸쳐져 있다. 홍정기 기자
5명의 사상자를 낸 평택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는 부품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평택경찰서는 사고와 관련, 부품 결함과 안전수칙 이행 여부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사고 당시 촬영 영상을 보면 타워크레인 키를 높이는 인상작업 중 지브(붐대)와 운전석 등 마스트(기둥) 상부의 하중을 견디는 슈거치대가 갑자기 부러지면서 텔레스코핑 케이지(인상작업 틀)가 마스트 1개 단 높이인 3m가량 내려앉았다.

이 충격으로 건물 18층 높이에 있던 작업자 정모(52)씨가 안전난간 밖으로 추락했고, 이어 지브도 아래로 꺾여 마스트와 충돌하면서 2차 충격이 일어난다. 정 씨와 함께 있던 작업자 4명은 안전고리에 매달려 가까스로 추락을 면했다.

경찰은 타워크레인 전문가들이 30~4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슈거치대가 부러진 것은 처음 봤다는 의견을 낸 점을 감안해 부적격 부품이 사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사고 크레인이 9일 전 진행된 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작업자 5명 중 정 씨만 추락한 것에 대해 안전고리 결합 등 안전수칙 미이행 가능성도 수사키로 했다.

경찰은 또 2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고용노동부도 현장에 사고 수습본부를 설치하고 타워크레인 설비의 구조적 결함 및 작업계획 준수 여부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사고 현장의 타워크레인 11대에 대한 비파괴 검사를 진행했다.

한편, 타워크레인 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자 타워크레인 노조가 작업을 중단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 설·해체 노동조합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3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집회 당일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작업을 거부할 예정이다.

노조는 평택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올해만 19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숨져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회운 노조위원장은 "타워크레인 설·해체 근로자들은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에 이른바 ‘멘붕’ 상태를 겪고 있다"며 "이 같은 잦은 사고로 더는 이대로 작업하지 못하겠어 오는 26일 모든 타워크레인 설·해체 근로자들이 작업을 거부할 예정이며 추후 일정은 조합원들과 더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평택=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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