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날씨
신미송 / 도화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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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송 소설은 멜랑꼴리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등장인물의 성격도 그렇다. 작가의 의도대로 한 겹, 또 한 겹 우울에 젖어갈 때 복병처럼 등장하는 웃음코드는 신미송 작가의 카타르시스다. 두 다리에 얹힌 모순이 무거워 더디게 걸어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울다 웃고 웃다 울기를 반복하면서 시나브로 마지막 장에 닿는다. 애증과 서러움은 마침내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만나고 일탈에 당황한다. 그게 신미송 소설의 미덕이다." -김진초 소설가

‘당신의 날씨’는 신미송 작가가 첫 번째로 묶은 이야기다.

카레이서, 바닷가 마을의 김밥집과 지붕을 뚫는 나무, 맥주공장과 견학 안내 도우미, 화가와 도마뱀, 치위생사와 러시아, 의사와 문신, 섬과 구체관절인형, 이란성 쌍둥이와 라이딩, 재개발과 색소폰, 영혼의 무게와 건강댄스, 그리고 민달팽이 등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당신의 날씨’는 다양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송로 제로백’은 표면적으로 자동차 카레이서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내면은 재개발로 세상이 무섭게 변해가는 속도에 관한 것이다. 겉과 속 앙상블의 조화가 뛰어나다. 표제작인 ‘당신의 날씨’는 갈등 전문 심리학자를 엄마로 둔 여자아이의 고민과 갈등이 바닷가 김밥집의 할머니와 지붕을 뚫고 크는 나무를 통해 재미있게 녹여낸다. ‘부레’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여자에 관해 다 알 수 없는 쓸쓸함, 그래서 더 서글픈 이야기다. 감정노동자 삶의 페이소스를 놓치지 않은 작가의 예리한 시각이 압권이다.

‘시선’은 여자와 남자의 내적 심리 묘사와 삶을 소리 없이 마모시키는 시간의 흐름 묘사를 통해 보여주는 사유가 인상적이다. ‘따뜻했다 보르시’는 치위생사가 직업인 여자의 심리와 정염을 여실하게 보여주면서도 러시아 문학 전공자인 남자의 이율배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존재의 쓸쓸함을 역으로 잘 드러낸다.

‘당산의 날씨’에 실린 11편의 이야기에는 세상에서 진심이 무엇인지 고투하는 인물들의 현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가 신미송은 진심과 가식 사이를 오가며 부단히 흔들리는 추와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소설 곳곳에 나타나는 진심이라 불리기를 열망하는 인물들의 목소리에는 작가의 자의식이 반영돼 있다. 타인을 향한 진심이 결국 자기 자신의 이해도에 비례한다는 작가의 올곧은 태도 때문에 ‘당신의 날씨’는 소재에 상관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뇌를 해방하라

이드리스 아베르칸 / 해나무 /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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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갇혀 있는 우리의 능력을 풀려나게 할 수 있을까?

이십대에 세 개의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이자 프랑스의 인지신경과학자인 이드리스 아베르칸은 뇌를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무거운 물건이라도 손잡이가 달려 있으면 쉽게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듯이, 뇌를 사용할 때에도 손잡이가 달려 있으면 어려운 문제를 가볍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뇌의 잠금장치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지적 능력을 확대시키는 방법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탁월성의 비밀은 바로 ‘주의력을 쏟는 시간’에 있다고 주장한다. 탁월성의 정도는 ‘주의력이 최대화되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껏 우리가 뇌를 얼마나 잘못 사용했는지, 무엇이 뇌의 기능을 억눌렀는지 어떻게 하면 뇌의 무한한 능력을 깨울 수 있는지를 도발적인 문체로 설득력 넘치게 전한다. 또 주의력과 시간을 끌어 모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스님의 논문법

자현 / 불광출판사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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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47)스님은 초등학교 성적표에 ‘가’도 있고, 학번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나쁜 기억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독수리 타법으로 속도마저 밀린다. 그런 그가 어떻게 국내 최다로 4개의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해마다 우리나라 인문학자 중 가장 많은 논문을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수록해 ‘논문의 신’으로 통하게 됐을까?

 자현은 2년 전 "머리 나쁜 나도 하는데, 당신들은 더 잘할 수 있다"며 열등감을 실력으로 바꾸는 역전의 공부법인 ‘스님의 공부법’을 내놨다. 이후 가는 곳마다 대학원생들과 학자들로부터 논문 쓰기 비법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단편적으로 해주던 조언에 한계를 느끼고 ‘쫄지마 얼지마 숨지마, 스님의 논문법’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도 빠짐 없이 공개했다.

 스님의 논문법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다. 성격적으로나 승려라는 특수 신분상 지도교수와 그리 친밀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만의 논문법을 찾기 위해 선행연구와 논문을 취합하고 분석하며 무던히도 애썼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침내 누구나 손쉽게 논문을 구상하고 작성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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