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0.jpg
▲ 인천혜광학교 복도 경사로는 비시각장애인이 걷기에도 가파르고 폭이 좁아 시각장애 학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인천지역 유일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학생들은 좁은 교실과 노후 시설 등으로 학습권도 침해받는 상황이다.

20일 인천시북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인천혜광학교는 최근 실시한 정밀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E등급과 함께 관련 규정에 따라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개선이 시급한 건축물을 말한다. 현재 학교 건물은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고 이에 따른 누전도 발생한다. 학생들은 여분의 교실이 없어 비가 새는 교실에서 그대로 수업을 받고 있다. 건물 외벽을 비롯해 복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특수학교시설·설비기준령은 아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학교 일반교실은 50㎡ 이상의 면적을 갖춰야 하지만 인천혜광학교 교실 하나 당 면적은 26㎡에 불과하다. 비좁은 교실 탓에 학생들이 이동할 때마다 책상에 부딪히기 일쑤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보호자의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지만 본관 복도는 성인 두 명이 걸으면 꽉 찰 정도다. 복도 폭은 기준(2.4m)보다 훨씬 좁은 1.8m다.

인천혜광학교 시설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9년 학교가 자체적으로 전문 업체를 통해 실시한 점검에서도 D등급이 나왔다.

그러나 공무원이 포함되지 않아 객관성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시교육청은 담당자 육안 점검 등 자체 조사를 통해 양호 수준인 B등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학교의 증·개축 요청은 힘을 받지 못했다.

2012년에도 인천혜광학교가 시교육청을 통해 교육부에 제출한 투·융자심사계획서도 무산됐다. 교육부가 시교육청에 증축 예산 절반을 부담하도록 해 흐지부지 됐다.

이석주 교감은 "비가 올 때마다 어김없이 누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전화선이 젖는 등 누전의 위험도 있다"며 "일부 복도나 건물 외벽에도 균열이 생기는 등 하루빨리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증축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북부지원청 관계자는 "이번 점검 결과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 확보 등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후 전문가들이 포함된 재난위험시설심의위원회를 진행하고 교육부 심의를 거친 뒤 개축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밟아야 증축 여부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