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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사람이 늙어가는 것처럼 도시도 늙어간다. 도시쇠퇴라는 말로도 불리는 도시고령화는 도시의 기능상실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고령화는 인구고령화 속도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우리보다 앞서 도시쇠퇴 현상에 직면한 선진국이 마을 만들기, 노후 건축 개보수, 소규모 재개발과 같은 현지 밀착형 재생 방법을 선택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파트 선호현상, 부동산투기 열풍과 맞물려 재개발, 재건축이 도시재생의 주요 수단이 돼 왔다.

 대기업과 거대자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도시재생 과정 속에서 개인의 삶은 물론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사라졌다. 원주민이 떠나면서 마을의 커뮤니티는 붕괴됐고, 초고층 아파트가 새로운 도시경관을 만들었다. 청년몰 사업은 이러한 도시재생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부터 작년 말까지 330여억 원의 예산으로 690여 곳의 점포 개설을 지원했지만, 지원이 끝난 점포 20%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인천의 경우 2014년 부평시장 로터리 지하상가에 설치된 청년몰을 필두로 남구 용현시장, 서구 가좌시장, 동구 중앙시장 등 7곳에 청년몰이 문을 열었다.

 쇠락한 전통시장에서 청년들이 장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청년실업난 해소와 낙후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몇 년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많은 돈을 들여 유치한 청년몰이 버티지 못하고 지원 중단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잠시 세인들의 이목을 끌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원도심과 낡은 재래시장은 다양한 경험을 구하는 예술인들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실험적 공간으로는 충분하지만 생활공간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원도심을 무대로 펼쳐진 청년몰이나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실패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끌어 들일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계속 모이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과 함께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는 수준의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리적 환경은 벽에 페인트를 바르고 벽화를 그린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낡고 불편한 공간을 좋아하고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청년이 쇠락한 재래시장에서 상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주 추위를 뚫고 찾아간 스페이스 빔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8월 4일에 시작한 송림시장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사자들은 그동안 송림시장을 발로 뛰면서 건물을 살피고 상인들과 교감했던 내용을 각자가 담당한 영역을 중심으로 전시물을 만들고 내용을 발표했다. 조만간 송림시장 심층보고서가 세상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몇 해 전부터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한 걸음 더 들어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은 철저한 조사에 기반을 두고 시작돼야 한다. 내년은 신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시작되는 해이다.

 인천에서는 다섯 곳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사업 대상지별로 특성은 다르지만 낙후된 원도심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공동체를 부활시키자는 목표는 같다.

 인천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청년몰을 반면교사로 시민의 삶이 담긴 재생사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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